이주노동자 위한 자발적 단체 '부평미얀마센터'
 
김애린 기자icon_mail.gif 기사입력 2016/05/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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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NGO 신문] 김애린 기자 = “저는 한국에 온지 6개월 되었습니다” 또박또박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교실에 가득 울려퍼진다. 거뭇한 외모를 지닌 서른 명 남짓의 남자들이 옹기종기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일제히 연필을 쥔 손으로 칠판의 내용을 옮겨 적는데 여념이 없다. 눈을 번뜩이며 한국어 발음에 집중하는 모습이 여느 대학 강의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열기다. 
 
매주 일요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부평미얀마센터에서 미얀마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한국어 수업의 풍경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일, 이, 삼, 사, …, 구, 십’을 적자 쓱싹쓱싹 받아 적는 소리만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개월’ 앞에는 위와 같은 숫자를 붙여 말해야 한다고 설명하니 “네, 알겠습니다” 하는 대답이 들려온다. 씩씩한 대답에 선생님이 “다들 잘 하시네요!” 하고 칭찬을 건네자 그때서야 다들 환하게 웃어 보인다.   
 
부평미얀마센터는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4년도 2월에 설립되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인 만큼 공동대표 2명과 무보수로 센터운영을 돕는 활동가 13명도 모두 미얀마인들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한국어 수업’은 일터에서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기 위한 ‘기초회화반’과 난민비자 발급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반’ 두 개로 나뉘어져 진행된다. 수업은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기초회화반 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이건희(한국외대,3학년)씨는 “미얀마로 5개월 중기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계속해서 미얀마인들을 만나고 싶어 찾아오게 되었다” 며 운을 뗀 뒤 “언제나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기분이 좋다. 매주 일요일,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 충북 음성 등에서 올라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 열정에서 오히려 내가 많이 배운다.”고 덧붙였다.  
 
부평미얀마센터에서는 한국어수업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지도자양성교육 및 컴퓨터 강좌 등의 수업도 열린다. 부평미얀마센터의 부대표 Ye Naing Win(예 나이 윙)씨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그리고 미얀마로 다시 돌아갔을 때 주체적으로 삶을 꾸릴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 “사진이나 기타강좌, 카메라 강좌 등 다양한 강좌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그는 매주 토요일 회사에서의 폭행, 계약서 통역, 사직서 등의 문제나 생활상의 불편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상담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그는 “우리 센터가 하는 활동에 더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 며 “이주노동자들도 인간다운 삶을 꿈꾼다. 한국 사람들도 우리를 사람 대 사람, 같은 사람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재 활동가로 근무 중인 Zin moeoo(진 모오웨)씨는 “여기서 만난 고향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고향에 작은 학교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며 “이곳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든든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에도 부평미얀마센터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민속촌 견학, 한국관광, 한국어 수업, 미디어 교육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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