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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진보연대] 한국정부 이주정책의 ‘구조화된 인종주의’
글쓴이 이주후원회  2009-09-09 15:03:00, 조회 : 1,825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탄압

정부는 2009년 하반기 경제회복에 대한 대국민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소비 촉진과 기업 투자를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해에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32,000여 명이나 강제단속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기의 한 해 평균 20,000~25,000명을 훨씬 상회한다. 더욱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사업장에 대한 일회성 지원금 지급, 이주노동자 쿼터 축소,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신규유입 제로화, 이주노동자 임금에서 숙식비 공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한편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을 내몰아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위협과 억압을 통해 더욱 싼값에 마음대로 착취하려는 의도이다.

아사아 지역 국제 네트워크인 MFA(Migrant Forum in Asia: 아시아이주포럼)는 경제위기 시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과 노동환경 하락을 우려해 열악해지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일자리 보호”, “생계비 지원” 등 각종 권고를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집중 단속과 차별적인 정책 강화 등 억압과 배제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야만적 인권유린의 상황은 오히려 각종 매체를 통해 “내국인 일자리 보호”, “안전한 사회질서 확립”으로 포장되고 있으며 경제위기 하에서 날로 입지가 좁아드는 이주노동자들은 여론에 힘입은 이명박 정부 경제 살리기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

현재 경제위기 하에서 형성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앞서 말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교체 시 120만 원 지원”, “실업 극복을 위한 외국인력 감축 계획” 등 몇 가지들은 그 당시 이미 추진된바가 있다. 하지만 현재는 10여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그 강도와 탄압의 양상이 더욱 세졌고 정치적 파급효과와 선전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들은 정치적 우경화라는 측면으로 손쉽게 설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이주노동의 역사와 맞물리는 ‘인종에 따른 서열/계층 고착화’와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적 정서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인종주의의 재생산과 고착화 과정

인종주의는 인종적 차이에 기반을 둔 차별(인종차별)이라는 단순한 개념이나 사람들을 인종 집단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인종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둔 개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회를 조직하는 체계라는 의미로 인종주의라는 개념을 사고할 수 있다. 인종 차별 행위(개인적 행위, 정부 정책, 법제)와 인종 이데올로기(인종주의적 언사, 미디어 보도, 정책 설명) 양자 모두 이 체계적인 인종주의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이 요소들은 체계적인 인종주의 안에서 반복되고 상호작용하며 부, 기회, 권력에 있어서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해서 일상적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돈을 버는 방식을 조직하는 인종주의적 사회 구조를 형성하고 정당화한다. 인종적 범주와 인종적 위계는 선전척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종에 기반을 둔 정책과 인종적 사고의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변하고 형성되고 재형성된다. 이는 개인의 의식 수준에서부터 자원 분배 수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정부가 유포하는 체계적인 인종주의는 이주민/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는 그 적용 대상자를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하여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즉 체류목적을 기준으로 투자외국인/우수 외국인력, 결혼이민자, 재중동포, 숙련생산기능인력, 단순노무 이주노동자, 난민,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으로 나누고 있으며 그에 따른 체류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정부는 이주민/이주노동자가 국내에 들어올 때 선행적으로 소위 ‘국익’과 ‘경제적 이해 기준’을 판단으로 그들을 선별하고, 권리에 대해 차등적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투자외국인/우수 외국인력에게는 이중국적을 허용을 검토하고 영주권 취득 요건을 완화하고 있으며 전문기술인력에 대해서는 거주요건을 완화시켜 선별적 수용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단순노무 이주노동자는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배제의 대상으로만 상대화 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주민은 한국인의 자녀(국민)를 생산하고 양육하는 어머니로써의 가치가 인정돼야만 그녀의 인간적 지위가 보장되고 제3세계 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신청자나 난민신청자들은 경제적 이해를 목적으로 위장결혼과 난민신청을 한 파렴치한으로 몰리곤 한다. 교포의 경우도 중국과 러시아 교포는 이주노동자로서의 지위(방문취업제)가 주어질 뿐 제1세계에서 온 교포들에게 적용되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에 거론된 법적 지위는 누릴 수가 없다.

고용허가제(EPS)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국내 입국 전 에이즈검사와 여성에게는 임신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것은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인해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고용허가제는 본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3년의 단기체류만을 보장하고 있으며, ‘사업장이동의 제한’과 ‘사주의 의사에 따른 재취업’ 등은 불평등한 고용관계를 야기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제한된 권리와 광범위한 규제는 ‘저개발 국가에서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온 개인’으로 인식되고 차별이 당연시 되어 단순기술 이주노동자의 유효기간은 한국 경제에 소모품으로 일할 때만이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정부가 규정한 체류자격 요건에 벗어난다는 이유로 주거지 및 사업장 집중단속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생존의 권리는 너무나 쉽게 배제당하고 있다. 인권적 배려와 국가적/국제적 책임과 의무는 방기된 채 정부의 이주민/이주노동자에 대한 무리한 경제적 잣대 들이대기는 한국사회의 인종적 차별과 위계를 형성하고 이를 정당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보노짓 후세인 인도교수 사건’을 통해본 한국의 인종주의

한 달 전 인도출신 성공회대 교수(보노짓 후세인)는 그가 자주 이용하는 버스 안에서 안면도 없는 한 남성에게 모욕적인 인종차별 발언을 들어야 했다. (“더러워, 너. 더러워 이 개새끼야!”, “너 어디서 왔어, 이 냄새나는 새끼야” 등 각종 욕설.) 또한 교수와 함께 가던 여성 활동가는 동일한 남성에게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넌 정체가 뭐야? 조선년 맞아?”,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

이후 사태는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 진행과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차별적 대응, 그리고 이동과정 중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승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지속적인 합의만을 종용하는 경찰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사건 수사 과정 중 경찰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정부의 공권력을 빌어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로 돌변해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 내제되어있는 인종차별적 시각의 심각성과 정부 행정 담당자들의 인종주의 인식과 성폭력 대응(여성주의적 긴장감)에 있어 얼마나 무능력하고 무감각 한지를 대변하는 사례일 것이다. 특히 공권력에 의해 가해진 2차 피해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인종차별 수준을 넘어 경찰 자신이 사회의 구조적인 위계질서와 한 사회의 인종주의를 형성하는 구성체로서 중요한 신분을 자임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벌어진 중대한 범죄 행위인 것이다.


성·인종차별 공대위 구성과 활동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발 방지와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여러 시민/사회/노동연대 단위들은 “성·인종차별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암묵적으로 묵인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책위는 한국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인종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주체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적 ‘사례’와 ‘인식’으로 부터의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건설된 대책위가 오랫동안 인종위계질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서구의 유색인종운동과 같은 수준의 대안과 발전 전망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대위는 우리 사회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인종주의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 형성과 시민사회의 인식 확대 작업을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에 의해 고착화되고 재생산되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성’, ‘인종’, ‘계급’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중요한 의제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인종주의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주민들의 주체적 관점 형성을 위한 노력과 그/녀들의 관점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한국 반(反)인종차별운동의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상적 접근을 넘어 구조적 인종주의에 대한 구체적 인식과 운동이 필요

결국 정부의 경제적 관점과 한국사회 내에 구조화되고 있는 인종주의에 대한 장벽을 넘어 서지 못하는 이상 이주민들은 우리 인식 속에 영원히 “이방인” 혹은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머물고, 우리 자신의 저지르는 차별적 행동과 배타적 행위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노동운동 단체 역시도 구조적 인종주의와 그 인식에 있어 취약함을 인정하고 더 이상 이주, 반인종차별운동을 주류운동의 부문운동(소수자의 운동)이 아닌 함께 가야할 중요한 논의 의제로 다뤄야 할 것이다.

인종차별 없는 사회로의 발전은 국가가 내세우는 이주민에 대한 경제적, 효율적 관점을 비판하고 국가 권력에 의해 재생산되고 고착화 되는 구조적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노동운동이 형성될 때만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반인종주의 투쟁을 위해서는 이주민들의 주체적이고 자생적인 운동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원문출처

http://www.pssp.org/bbs/view.php?board=sola&id=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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