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 베트남에서 한국어 능력시험 비상이 걸렸다.

   한국 정부가 한국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7일 현지에서 치르려던 올해 한국어 능력시험을 무기한 연기하고, 베트남 정부도 한국에 대한 인력 송출에 제한을 두면서 한국행을 준비하던 상당수 베트남인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와 이후 고용허가제(EPS)로 한국에 입국해 일하다 근로 계약 기간(최고 5년 1개월)이 지난 베트남인 6만 6천363명(8월 말 현재) 가운데 귀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 중인 사람이 31%인 2만 6천483명이나 되는 점을 중시해 불법 체류율이 점점 감소하는 징후가 보일 때까지 한국어 능력시험을 무기한 연기할 것이라는 방침을 지난 5월 베트남 측에 통보했다.

 

   베트남 노동전상사회부는 이런 통보에 따라 조사단을 한국에 급파해 실태 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응에안, 하띵, 꽝빙 등 3개 성 출신의 불법 체류율이 높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 지역 출신자에 대해서는 한국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그러나 양국 정부의 이런 조치에 따라 한국 취업 행을 꿈꾸던 5만여 명의 현지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행의 첫째 관문인 한국어 능력시험이 무기한 연기되면 '코리언 드림'의 성사 가능성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에서다.

   베트남 국영 TV(VTV)의 오보는 이런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VTV는 지난 13일 저녁 7시 뉴스에서 한국 정부가 베트남 근로자들의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해 한국행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반발을 더욱 부추겼다.

   반발이 거세지자 급기야 응웬타잉화 노동전상사회부 차관은 VTV 보도 직후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국외근로자센터의 판반밍 소장도 지난해 한국어 능력시험에 합격한 사람 2만 8천여 명 가운데 한국에서 취업한 사람은 1만 8천700 명이나 된다면서, 시험에 합격하고 취업허가를 받은 나머지 사람들도 언제든지 한국으로 출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측의 대응도 빨라졌다. 하찬호 한국 대사는 국영 뉴스 전문 TV 채널인 Vnews와의 회견에서 성실성과 뛰어난 손재주 등으로 베트남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큰 인기가 있다고 강조하고, 올해 베트남 대상 EPS 쿼터가 5천800 명인데도 실제로 취업차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 근로자 수가 지난달까지 1만 1천200 명으로 집계된 것만으로도 베트남 근로자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대사는 이어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근로자들을 선호하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한국어 능력시험에 연계해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분리해줄 것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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