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선택 권리 박탈 이주노동자 노예노동강요 반대!

이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문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하여 각 나라의 자국경제가 무너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한국사회에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다. 또한 한국사회 역시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기초적인 뿌리산업을 비롯한 소위 3D라고 불리는 산업에 보다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하면서 우리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받아들였다.

 

과거에는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을 받아들이면서 최소한의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못하였다. 어디까지나 제도상으로는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러 오는 학생의 신분으로 들어온 우리들이었다. 하지만 장시간의 저임금 노동, 상시적인 임금체불, 폭행과 폭언 등은 우리 스스로 하여금 쇠사슬로 온몸을 묶고 명동성당에서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것을 부르짖게 하였다. 그 뒤로도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로써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투쟁을 하다가 많은 동지들이 단속당하고 추방당하였다.

 

그리고 2004817일에 고용허가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이주노동자 인력제도가 실시되었고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하여 수많은 미등록 동지들이 집중 단속되고 추방당하였다. 정부 측에서는 고용허가제도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노동자로써 대우한다고 큰 소리 쳤지만 실상 우리들에게 나아지는 건 별로 없었다. 여전히 많은 사업장에서 우리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매해 단속기간이면 다치고 심지어 죽는 동지들까지 있었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노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주들은 우리를 노예로 여기고 최소한 일한 만큼 그 대가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스스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신고액이 3년 연속 200억 원대를 넘고 있다고 발표한 자료를 보면서 우리는 또다시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생각하는 한국인 사장들에게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는 고용노동부가 브로커를 운운하면서 사업장 변경 자체를 어렵게 만들려는 내부지침을 발표한 것을 보고 더욱 큰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사업장변경은 제한되어 있는 횟수와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인하여 극히 어려웠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업장변경할 때 고용센터에서 제공하던 사업장 알선장까지 박탈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다시 초창기시절의 노예로 돌아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사 사장이 우리를 고를 때까지 집에서 전화기만 붙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노예가 아니고 무엇인가?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 개선을 이유로 사업장 변경하는 것은 고용허가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이주노동자들은 언제까지 더럽고 위험한 사업장에서 몇 개월치씩 임금이 체불되면서 강제노동 노예노동을 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고용노동부와 현 정부의 오만방자함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 산업연수생에서 고용허가제로 제도가 바뀌는 동안 저들은 늘 고용주의 입맛에 맞는 제도를 만들었을 뿐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입장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81일 이 내부지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 있는 모든 국적의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여 강력한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고용노동부는 2012.8.1부터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노동자에게 구인사업장 명단제공을 중단할 것을 골자로 하는 내부지침을 철회하라.

 

하나,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인 사업장 선택마저 박탈하려는 일련의 정책들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라.

 

하나,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을 이유로 사업장변경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제도를 채택하라.

 

2012725

사업장 선택 권리 박탈 이주노동자 노예노동강요 반대!

이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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