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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이주노동자연대와 대전지역 단체들은 31일 오전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심 재판부는 중국인 이주여성 노동자를 성폭행한 업주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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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여성노동자를 성폭행한 업주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사건과 관련, 대전지역 단체들이 항소심 재판부의 '공정하고 편견 없는 재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와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등은 31일 오전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편견 없는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지난 2011년 취업비자로 입국해 충남 계룡시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다가 업주인 전 아무개(44)씨에게 수차례의 성폭행과 감금을 당한 뒤 고소한 양 아무개(36)씨다(관련기사 : 중국인 여성 노동자 성폭행 혐의 업주, '무죄' 판결 논란).

1심에서 검찰은 업주 전씨에게 강간과 강제추행, 강간미수, 감금치상 등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인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화용)는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외국인노동자지원단체 등은 "재판부가 외국인노동자라는 피해자의 신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판결을 내려 파렴치범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해왔다. 재판부가 무죄선고의 이유로 ▲성폭행 당한 후 곧 바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은 점 ▲해당 업체에서 나온 후 다시 돌아간 점 등을 제시했기 때문.

이와 관련, 대전지역 단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와 달리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신분과 '성폭행을 당한 여성 피해자'의 특성을 잘 살피고 이해하여 공정한 판결을 내려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중국인 여성이주노동자가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사업주에게 험한 일을 당했다, 저질 포르노에서나 나올 끔찍한 일을 당한 이주노동자는 누구에게도 그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주변에 말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가해자의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한 이 여성이 사업장에서 도망쳤고, 송출회사는 이 여성을 중국으로 강제 출국시키려 했다, 집 한 채 값의 빚을 지고 한국으로 돈 벌러 온 여성이 강제출국 당하지 않으려고 다시 사업장으로 돌아간 것이 그렇게도 비상식적이냐"면서 "사실, 비상식적이다, 지금 이 나라 이주노동자들은 그렇게 비상식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항소심 재판부는 편견 없이, 공정하게 남은 재판을 진행해 주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이 재판이 편견에 사로잡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부끄러운 재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한 걸음 발전시킨 재판이 될 것인지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오는 6월 3일 오후 2시 대전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 결심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이 법원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입에 마스크를 쓴 채 침묵 속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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