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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쫓기는 쥐 같아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2) 이주노동자와 한국을 병들게 하는 야만적 강제단속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항상 심장이 철렁한 나날

지난 11월 12일 마석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정부의 합동단속이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각 출입국관리소는 강제단속 할당량까지 정해 놓고 전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도 살인적인 인간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석 성생공단은 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까지 공포에 떨어야만 했던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지난 12일 마석에서 단속된 D씨는 97년 한국에 들어와 10여 년 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았다. 그는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단속이었다고 한다.

▲  D씨는 현재 화성보호소에 수감 중으로 강제출국을 앞두고 있다.

“항상 심장이 뛰고 겁이 나요. 심장병 걸릴 것 같고 인간이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자주 했어요. 언제 잡힐지 몰라 잠도 못 잤는데 지금 여기 보호소 들어와서 잘 자요. 여기는 잡을 사람 없으니까...”

D씨는 현재 화성보호소에 수감 중으로 강제출국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례없는 인권유린이 자행된 마석에서 강제단속이 되면서도 그가 걱정하는 것은 아직 단속되지 않은 마석의 친구들이었다.

“난 잡혀서 여기 편하게 앉아있는데 아직 잡히지 않은 친구들은 정말 고양이에 쫓기는 쥐처럼 어렵게 살고 있어요. 일할 때도 항상 머릿속에 있어요.”

D씨를 면회하기 전에 찾아갔던 마석성생공단, 한창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정오가 되었음에도 정적이 흘렀다.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R씨는 단속이 연말까지 진행되면서 많은 친구들이 공장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 정부의 합동단속으로 113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단속되면서 기숙사와 집들은 텅텅 비었고 문을 닫은 공장들도 있다고 한다. R씨가 일하고 있던 가구공장은 목공작업으로 공장내부가 뿌연 먼지로 가득 차 있었지만 모든 창문과 공장 문까지 걸어 잠근 채 일하고 있었다.

마석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D씨는 면회를 진행하면서 며칠 전 있었던 단속 과정을 상세히 말해 주었다.

“잡히던 날 아침에는 잘 몰랐어요. 10시 10분쯤 공장 문 앞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뛰어 들어왔어요. 뛰어 들어온 친구들은 소리도 못치고 친구 중 한명이 창문에 매달렸어요. 그때 출입국이 왔다는 걸 알았죠. 내가 그 친구를 밀어서 내보내고 내가 넘어가려다가 조금 늦어 버려서 잡혀버린 거죠.”

항상 단속에 대한 공포로 떨어야만 했던 D씨는 본능적으로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려고 했던 것이다.

최소한의 인권도 지키지 않는 단속

그는 단속과정에서 당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단속 될 때 심한 폭력은 없었지만 공장에서 잡히자마자 수갑을 채웠어요. 출입국은 신분증 제시도 없었고 법무부 조끼를 입은 것을 보고 알았어요. 내가 다른 사람하고 같이 수갑을 차고 차량에 태워지자 우리들에게 합법사람은 없는지? 아이디카드가 있는 사람이 없는지? 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물어봤어요. 그 다음에 핸드폰하고 다 뺏겼어요.”

이번 단속과 관련한 정부의 보도 자료에서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위해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집행을 하는 공무원들조차 인신구속의 절차와 계도구 사용 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불법으로 공장을 침입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불법적 행태'를 자행하였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신분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외국인이라 의심되면 모조리 잡아들이는 인종차별적 공무집행과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이번 강제단속에서 연행돼 차량에 탑승한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합법 신분으로 확인돼 풀려난 친구들도 있었다.

D씨에 의하면 마석에서 단속된 이주노동자들 중 화성 보호소에 있던 사람들은 여권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거의 다 강제출국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보호소에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는 단속 과정에서 다쳐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처럼 여권 재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단속과정의 인권유린과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 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강제출국 시키기 급급해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적절한 보상이나 구금에 대한 이의신청조차도 무시하고 이주노동자들을 보호소에 가두고 출국을 종용하고 있다.

▲  D씨는 여권 재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강제출국을 앞둔 D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폭압적 강제단속 일변도 정책을 비판했다.

“내가 불법 되고 싶어서 불법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에요. 1년 연수 비자로 들어 왔는데 더 연장 안 되서 불법 됐고 합법으로 온 사람도 봉급이 적아서, 문제 있어서 도망가서 불법 되잖아요. 어쩔 수 없이 불법이 되요.”

“유흥비자로 들어온 사람도 있는데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얼마나, 몇 명이나 이용당하겠어요? 그 사람 불법 되지 그리고 불법 됐다고 잡으려고 하지.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꼭 게임 같아요. 헌팅 같아요. 돈 놓고 총으로 맞히는 게임 있잖아요.”


결국 악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하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일회용품으로 이주노동자들을 판단하는 한국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주노동자들은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석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했다. 그는 공단에서 98년부터 호텔, 모텔, 백화점등에 인테리어를 하는 목수 일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고, 한국에서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매우 서운하다고 했다. 특히 성생공단은 친구들도 많고 사장들도 잘해줘서 편했으며 작은 곳에서 모여서 같이 축구도 하고 모임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지역 노동자들과도 각별했다고 한다.

▲  지난 11월 22일 공단 앞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사업주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11월 22일 공단 앞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사업주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마석 지역공동체를 무참히 짓밟았던 정권에 맞선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촛불을 밝혔던 것이다.

여기 모인 지역주민과 연대단위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단속추방 중단”, “노동자는 하나다.”, “마석은 살아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이 촛불 문화제는 마석공단 일대를 돌며 마무리 되었다. 하루 빨리 단속의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이주노동자들과 내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일궜던 활기찬 마석성생공단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말이다.

기획의도와 순서
경제위기 상황은 가장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공장에서 해고당하거나 월급을 삭감당하기도 하고 높이 뛴 물가 때문에 생활고도 가중되고 있다. 환율이 높아서 본국에 송금할 돈도 턱없이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1월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성생공단 일대에서 벌어진 정부합동 단속으로 1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연행 되었다. 경찰까지 동원된 유례없는 대규모 단속은 체류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이뤄졌지만 토끼몰이식, 군사작전식 단속으로 인권침해의 표본이 되었다. 이미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들은 눈보라 몰아치는 혹한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탄압에 의한 이주노동자들의 침묵의 겨울 이주노동자후원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것이 한국사회의 경종이 될 수 있도록 5회에 걸쳐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기획을 매주 싣고자 한다.

다음은 기획의 순서이다.

1. 이주노동자로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
2. 야만적인 단속은 이주노동자와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다.
3. 고용허가제라고 다르지 않다.
4. 이주여성은 무엇으로 사는가?
5. 한국정부, 한국사회가 변해야 한다.
2008년11월26일 15:5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