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10년 "차별 그대로"

-“정주할 권리 보장하는 대안 제도 필요”
 “우리 농장은 돼지를 키웁니다. 하지만 제 일은 돼지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다른 일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돼지축사 마당에는 팥을 키우게 했고, 돼지축사로 들어가는 길의 잡초를 잘라야 했습니다. 또한 여러 다른 식물(콩, 고구마, 고추 등)도 심어서 키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많이 일했지만 월급은 계약서대로 110만 원만 받았습니다. …제 농장에서는 음식을 제공하지만 먹기 좋지 않았습니다. 병에 걸려서 죽는 돼지가 있을 때는, 사장이 우리에게 강제로 먹게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좋지 않은 고기를 끝까지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거의 1년 동안 병에 걸려 죽은 돼지만 먹어야 했습니다. …그 동안 쉬는 날 없고, 일하는 시간 많고, 외국인등록증도 없이 너무 고생이 많아, 저 역시도 다 기억 못할 정도입니다.”

 캄보디아 출신 농축산업 노동자 소팟의 회고다. 소팟은 돼지농장에서 1년 동안 일하는 동안 이틀 밖에 휴일이 없었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이 하지않는 힘들고 더러우면서 위험한 일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 마음대로 할수 없기 때문에 강제로 노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해도 제대로 월급을 안주는 사업주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 해서 다른 사업장 구할려고 할 때 너무 힘듭니다. 사업장을 선택할 수 없고 고용센터에서 문자메시지만 줍니다. 그래서 3개월 안에 사업장 구하지 못해 불법체류하게 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업주들이 계약서대로 대우해주지 않습니다. 사업주가 처음에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하고 계약한 후 다른 힘든일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대로 일을 시키지 않아서 일을 안하겠다고 하거나 사업장을 바꿔달락고 하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재조업에도 위와같은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한 네팔 이주노동자가 체감하고 있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이다.

 올해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0년.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모범적인 이주정책으로 평가하지만 이주노동자들과 많은 인권단체들의 평가는 다르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고용허가제 10주년을 맞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주인권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이주정책포럼이 최근 펴낸 ‘고용허가제 10주년 평가서’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10년의 시간은 이주노동자들에겐 차별과 무권리의 시간이었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됐다. 도입 이유는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해 때문이었다. 당시 산업연수생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살인적인 송출비용을 지불하고도 정작 한국에서 일을 하는 동안 수많은 인권침해를 겪어야 했다.

 고용허가제는 한국의 고용노동부와 송출국의 노동행정을 관장하는 기관 혹은 노동자 해외송출을 담당하는 기관 사이에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노동자의 송출부터 입국 후의 관리까지 국가기관이 책임을 지는 제도다. 당시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노동자로서 인정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 △노동관계법 적용 등 열악한 인권상황 개선 △미등록체류자 감소 △3D업종에 대한 원활한 노동력 공급 △송출비리 감소 등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증언에서 보듯, 고용허가제가 약속한 것들은 현실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정책포럼은 △사업장 이동 제한 △노동3권 침해 △불안정한 체류지위로 인한 열악한 노동조건 등을 고용허가제의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으며 사업주의 승인이 있는 경우 혹은 관련법률 상의 사업장변경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 2012년 7월2일 정부의 사업장변경자에 대한 알선지침 변경으로 인해 구직활동 중에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알선 내용을 제공하지 않아 직업선택의 자유는 더욱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3권 역시 침해당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명목상 노동법 상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설립신고가 반려되고 관련 행정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이주정책포럼은 “고용허가제는 시행 이후 여러 차례 개정돼 왔지만, 개정의 취지와 방향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들의 필요와 편의에 맞춰져 왔다”면서 “더 이상 이 제도를 개선해 사용하는 것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허가제가 아닌 대안적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것. 이주정책포럼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정주하길 원한다면, 정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고용허가제의 대안적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의 정주 권리와 연계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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