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최저임금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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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식 입국 이주노동자에겐 적용… 노동시장 임금수준 유지 위해 필요

독일에서 이주노동자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315만명에 이른다. 전체 노동자의 약 8.5%를 차지할 정도다. 유럽연합(EU) 안에서 외국인 거주 및 이주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다. 게다가 1964년에 이미 이주노동자 규모가 10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유입의 역사도 길다. 현재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처럼 독일도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전체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1996년 무렵에는 독일에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특히 건설업 분야의 이주노동자들은 임금 하한선이 없는 만큼 저임금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때 내국인 노조가 나섰다.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며 파업에 나선 것이다.

당시 독일의 내국인 건설노동자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독일은 대부분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없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받고 있었다. 그러나 건설업 분야는 예외였다. 산업별 협약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업종의 특성을 이용해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최저임금이 도입돼 이주노동자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내국인 노동자들을 쓸 유인이 생긴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보호 외에도 자국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기 포천의 한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창틀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독일은 내국인 노조가 나서 제도 도입
한국에서는 어떨까. 이른바 ‘불법체류자’가 아닌 한 이주노동자들 역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다 낮은 임금에도 기꺼이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다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사용하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다양한 현장마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대한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이 포함된 전체 노동시장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은 계속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체류 외국인 및 이민자 노동시장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뿐이었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고용주들은 그 이유로 고용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세간의 인식처럼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3D 업종’이라는 이유로 내국인 인력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는 직종에 이주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일자리 경합이 벌어지는 부문은 일부에 불과했다. 다만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 때문에 향후 전체 노동시장의 임금수준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주노동자의 65.7%는 2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기능원·장치조작 직종의 경우 내국인 노동자 평균임금이 232만~258만원 수준이어서 임금 격차가 적지 않은 셈이다. 비록 낮은 임금 때문에 이주노동자를 더 고용하려는 경향이 현재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내국인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규용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과 내국인 근로자 고용에 따른 인건비를 서로 맞출 필요가 있다”며 “내·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감안해 그에 준하는 금액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분담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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