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비해 상점 90%가 바뀌어
전형남 김해경원고 교사 눈길 끄는 석사논문으로 본 이주노동자와 상업지역 변화
2015년 02월 25일 (수) 09:48:19 호수:211호  6면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술집 위주 종로길 상권 국제화 추세
이주민 단골 휴대폰 매장은 전국구 명성
주말에 장보는 외국인 근로자들 큰손님
다문화 용광로 김해의 현주소 오롯이


  
▲ 전형남 교사
김해경원고등학교 전형남 교사는 최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 <이주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상업지역의 변화/김해 구도심 지역을 사례로>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그는 각종 자료와 함께 이주민, 내국인들의 인터뷰를 근거로 논문을 만들었다. 이 기사는 논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확 달라진 가게들
나는 동상동시장에서 장사를 하지. 30년은 했을 거야. 이 근방 사정은 내가 가장 잘 알지. 옛날에 태양예식장이 있던 자리는 원룸으로 완전히 개조해서 이주민들에게 임대를 주고 있어. 허성양복점이 있던 곳에는 조이너스 가방이 영업하다가 지금은 이주민이 들어왔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변한 거야. 종로길이라고 불리는 골목길의 가게는 이전과 비교하면 90% 이상이 바뀌었어. 과거에는 대학생들이 MT를 다녀오면 종로길 술집에서 뒤풀이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

사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도와주려고 해. 다 자식 같고, 내 자식도 타지에 가면 이럴 거다 싶어서지. 그렇다고 특별한 걸 돕는 것은 아니고, 길을 모를 때 안내해준다거나 하는 거지. 물론 다 나 같은 건 아냐. 저기 저 잡화점 사장은 외국인이라면 치를 떨어. 자기 가게 앞에서 작년에 이주민들끼리 칼부림이 나서 이주민 한 명이 죽은 일이 있었거든. 그 사장은 이주민들이 싼 것만 찾으면서 시끄럽게 한다고 이주민들이 아예 못 들어오게 한대.

저기 캄보디아 식당 여주인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김해에서 산대. 처음에는 핸드폰가게에서 일했지. 어느날 캄보디아 청년이 '누나, 캄보디아 식당 하나 만들면 좋겠어요. 누나가 하나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더군. 그래서 캄보디아음식점을 열었다는구먼. 처음에는 돈이 많이 들었을 거야. 식당을 열고 주방장을 계속 바꿨다더라고. 그래도 먼 곳에서 와서 고향 음식 먹으려고 1시간씩 기다리는 캄보디아 동포들이 고마워서 장사를 계속 한다는 거야.

저기 저 휴대폰가게 사장은 여기 말고도 저기 아래에서도 같은 매장을 하고 있다더군. 손님 중에서 90%가 이주민들이라네. 심지어 서울, 대전, 부산, 광주, 안산, 고성, 창원, 진해 등에서도 사러 온대. 이주민들은 본인이 쓰기 위해서 휴대폰을 사기도 하지만, 가족에게 선물하거나 고향에 돌아가서 팔기 위해 사기도 한다더군. 이주민들은 주로 중고 스마트폰을 많이 찾는다더라고. 중고라도 액정화면에 흠이 있으면 안 산대. 여러 가게를 둘러보고 가격을 비교해서 가장 싼 데를 찾는다고 하더군. 전문 딜러들도 가끔 온다고 해.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매해서 귀국해 되팔아 돈을 벌려고 그러는 거지.
 
  
▲ 한 이주민이 외국어 간판이 붙은 동상동 김해 로데오거리의 한 옷가게 앞을 걸어가고 있다. 이주민 유입으로 최근 10년 사이 동상동 거리는 큰 변모를 경험했다.

■ 씀씀이 큰 이주민들?

저는 동상동 전통시장 채소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베트남 여성이에요. 일부 점포에서는 이주민을 아르바이트로 쓰고 있어요. 저도 그 중 한 명이지요. 이곳에서 이주민 인건비는 한국인보다 더 비싸요. 이주민이 직원으로 일하는 가게에 손님들이 더 많이 몰리거든요. 저는 주말에만 일하는데 하루 일당으로 6만 원을 받아요. 저 가게 주인은 인도네시아 여성을 고용했어요. 그래서 김해의 인도네시아 이주민들은 거의 다 저 가게로 간다더군요.

이주 노동자들은 대개 주말에 쇼핑을 해요. 주말에 서상동, 동상동 지역에 오는 이주민들은 3천 명 정도 될 거예요. 한 달 기준으로 보면 2만 명 정도? 아무래도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많고 태국, 캄보디아, 네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이주 노동자들은 4명이 한 방에 산다면 4명이 다같이 나오지는 않고 1명만 와요. 주말마다 돌아가면서 장을 보는 거지요.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한 잔 할 수 있는 재료를 사고, 일요일에는 1주일동안 먹을 식료품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랍니다.

동상동시장은 평일에는 내국인 손님이 많고, 주말에는 이주민 손님이 많아요. 매출은 주중보다 주말이 더 많대요. 상인들은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주말에 이주노동자들이 단체로 와서 한 번에 10만 원 이상씩 사 가니 500원어치 콩나물을 사는 한국인 손님은 상대하기 귀찮아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물품을 구입해도 이주민 국적에 따라 조금씩 내용이 달라요. 생선을 예로 들면, 베트남 사람들은 주로 살아 있는 생선을 찾지만, 스리랑카인들은 굳이 살아 있는 생선이 아니더라도 냉동도 사 가요.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들처럼 삼겹살, 목살 같은 부위는 비싸서 안 사먹어요. 값이 싸서 내장을 많아 사 가죠.

옛날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쉴 때는 술을 마시거나 카드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나온 뒤부터는 스마트폰으로 가족과 화상채팅을 하거나 SNS로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대요. 특히 인터넷전화인 'Skype'라는 앱이 인기가 많아요.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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