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희망이고 학생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우선이라고 말씀하신 이재정 교육감님, 저희를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4년 넘게 학교 현장에서 열성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친 저희를 버리지 마세요." 

지난 11일 경기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다문화 언어강사 전일제 고용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성숙님은 7일째 단식농성 중이었다. 그는 한마디 말 떼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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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언어강사 전일제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7일차인 김성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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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다소 생소한 다문화 언어강사는 다문화가정 학생의 맞춤형 언어교육 지원을 위해 2009년 도입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일본 등 국가에서 이주하거나 귀화한 여성들로 경인교육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등에서 6개월간의 양성프로그램을 거쳐 각 학교 현장에 배치되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전체 다문화 언어강사 약 460명 중 경기도에 있는 약 126명을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전원 해고하고, 올해 3월까지 주 15시간 미만 시간제 계약으로 신규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문화 언어강사들은 노동조합에 가입, 전일제 다문화 언어강사로 복직을 요구하며 31일째(3월 11일 기준) 경기도교육청에서 노숙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일부 다문화 언어강사의 언어 편중 문제, 농·산·어촌 근무 회피 등으로 부득이하게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한다고 해명했지만, 노동조합은 경기도교육청이 다문화언어강사 인건비를 2014년 25억 원에서 올해 12억 원으로 13억 원 줄이면서 비롯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이종남 정책국장은 "경기도교육청은 줄곧 주 15시간 미만 시간제 계약을 바꿀 수 없지만, 기존보다 부족한 임금을 보존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재정 교육감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장혜진 사무처장은 "다문화 언어강사의 시간제 계약전환은 근로기준법상 당사자 동의 없이 할 수 없는데 사용자로서 민간 부문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또한 "주 15시간 미만 시간제로 변경될 시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휴일, 휴게, 퇴직금 등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며 "이재정 교육감이 후보 시절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담부서 설치 등을 공약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이주민센터의 안기희 대표는 "이재정 교육감이 당선 당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해마다 6000명씩 증가하는 다문화 언어강사 해고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포기하고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연대 경기지회의 김승섭 노무사 또한 "현재 180만 명인 이주민이 앞으로는 더 늘어 날 텐데 다문화 언어강사를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경기도교육청의 행태가 어처구니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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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경기 지역 이주 제 단체들이 경기도 교육청의 다문화 언어강사 집단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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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사무처장은 "한국에서 다문화 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지금껏 지원 대상이었던 결혼 이주 여성들이 결혼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노동자 자신의 권리를 말하려니 탄압을 하고 있다"며 경기도교육청의 행태를 규탄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이후 오후 4시, 극적으로 이재정 교육감과 노동조합의 면담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선 여전히 주 15시간 미만 시간제 계약에 대해 양측의 견해차를 확인했지만 추후 지속적인 논의 테이블을 통해 사태 해결에 힘쓰기로 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이 농성했던 조합원의 전원 재계약을 약속하면서 노동조합은 우선 농성을 정리하기로 했다. 

3월 학기가 시작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교정에 경기도교육청의 무책임한 처사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외롭게 방치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하루빨리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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