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난민 의무 할당제’ 둘러싼 찬•반 진영, 첨예한 대립


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이탈리아 남부 크로토네 항에 도착한 난민들.

난민 사태 처리의 부담을 보다 공평하게 분담하기 위해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여 난민 의무 할당제(쿼터제) 제안을 처음 협의했을 때 회의장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그 한 축을 담당한다. 올해 지중해를 건너 이들 국가로 온 난민이 1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양국은 다른 EU 회원국들에게 고통을 분담할 것을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다. 수용 능력을 넘어선 자국의 체계로는 모든 난민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용 형편이 좋지 않은 그리스는 더블린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유일한 회원국이다. 더블린 규정이란 난민이 처음으로 입국한 EU 회원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도록 한 규정이다.

12일(현지 시각) 열린 회의에서 할당제 찬성 진영은 EU 출연금을 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4일(현지 시각)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쿼터제와 관련해 유럽이 연대하기로 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이탈리아는 ‘플랜 B’로 갈 것이며, 그로 인해 무엇보다도 유럽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반대 진영에서는 동유럽 회원국, 그 중에서도 특히 체코 공화국, 슬로바키아, 헝가리, 발트해 국가들과 폴란드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의무’ 할당의 기미라도 풍기는 모든 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들은 자국 사회가 그같은 움직임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부류는 쿼터제에 조심스럽게 동의하는 회원국들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이 진영은 원칙적으로는 할당제에 찬성하지만 반드시 ‘할당제(연대)가 쌍방향 방식”이기를 원한다. 즉, 이탈리아와 그리스 역시 자신들의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난민 신청자들의 지문을 채취하고 난민 지위 부적격자들을 송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주말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서류가 없는 난민이 이탈리아에서 왔을 때 이들을 강제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5~26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이 이슈 관련, 지침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긴급 난민 할당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전에 유럽의회에도 상정되야 한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볼 때 난민 할당제가 9월 이전에 시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여름 동안 더 많은 난민이 몰려오는 상황에 직면한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격분해 있다.

하지만 외교관 일각에서는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우선, 추후 단계에서 합의된다 하더라도 유럽 위원회는 할당제 세부 항목을 통해 할당제가 4월 15일부터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도달한 4만 명의 시리아와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회원국들은 여전히 이 항목을 수정할 수 있다.

둘째, 한 EU 외교관에 따르면 일각에서 동유럽 회원국들이 수용 시설을 강화하고 “기본적으로 시리아 및 아프리카 난민들을 자국에 받아들인다는 아이디어에 익숙해지도록” 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여전히 자국에 할당된 쿼터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추후 단계에서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교관은 최대 2년의 전환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유럽에서는 모든 것이 문구로 명시되기 때문에 절충안을 모색하는 측은 ‘의무적’ 또는 ‘자발적’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피하고, 유럽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슷한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목표는 구속력을 지닌다. 그러나 각 국은 목표 달성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목표 의무 이행은 취약한 실정이다.

유럽 위원회는 처음 제안했던 강제 할당 시스템 안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할당제를 신중한 찬성국들의 구미에 보다 걸맞도록 만들기 위해 유럽 위원회는 “쌍방향 연대”에 관한 문구를 명확하게 다듬었다.

지난주 각국 장관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러스 EU 이민·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EU 국경 관리기관 프론텍스(Frontex)가 난민 처리 활동에 더 많이 개입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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