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했는데 허망" 임금 떼인 네팔인 수리아의 하소연

하루 14시간 소 돌보는 중노동하고 3개월간 290만원 임금 밀려
네팔 지진나자 1천만원 빚 내 한국행…무너진 '코리안 드림'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청주의 한 외국인 쉼터에 머물고 있는 타파 수리아(38·네팔)씨는 지난 5월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당시 네팔은 최악의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였다.

아버지, 친동생, 아내, 아들과 오순도순 살던 그의 집도 재앙을 피하지 못하고 파손됐다.

'기회의 땅'으로 여겼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구한 일터는 경기도 화성의 축사였다. 그는 이곳에서 소먹이를 주고 청소를 했다.

일이 고됐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면 14시간 동안 소들과 씨름해야 겨우 끝나는 일과가 반복됐다.

힘든 일상이었지만, 머지않아 돌아갈 고향에서 가족과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입을 악다물었다.

몸이 부서져라 한 달을 일한 그는 그러나 입금된 월급을 보고 허망함을 느꼈다.

계좌에 찍힌 입금액은 126만원에 불과했다. 족히 200만원은 받을 것이란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한국에 오기 위해 네팔에서 1천만원을 빌렸던 그였다. 원금 상환을 생각하니 암울하기만 했다.

몸이 아파도 소를 돌보느라 우직하게 '소처럼 일했던'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로 한국을 찾았기에 농장주에게 따질 형편이 되지 못했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자의 요청을 받은 정부의 허가로 외국 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다.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은 기본 3년이다.

사업자가 승인해야만 다른 일터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가 '갑의 횡포'를 부려도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구조다.

한국어가 서툴러 호소할 길조차 없었던 수리아씨는 3개월간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다가 지인의 소개를 받아 청주이주노동인권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그가 제대로 받지 못한 3개월치 체불 임금은 290만원이었다. 그에겐 '엄청난' 액수였다.

안건수 청주이주노동인권센터 소장은 25일 "(고용허가제 위에서)사업주는 외국인 근로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쫓아내고 담당기관에 이탈신고하면 된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를 봤던 집이 복구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나마 안도했다는 수리아씨는 "네팔도 다음 달에 한국처럼 큰 명절이 다가온다"며 "열심히 일해 가족에게 선물을 사서 보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수리아씨는 수원의 관할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충청권 외국인근로자 체불임금 규모는 413명 20억이었다.

지난해에는 707명의 외국인근로자가 38억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는 이해성 목사는 "모두들 웃고 즐길 추석이지만, 임금 체불을 당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오갈 곳이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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