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미국 교육수준 낮춘다’는 속설 틀렸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ㆍ이주자 7800만명 조사…2세 교육수준 차이 없어
ㆍ비만·질병 적어 “복지 재정 축낸다” 어불성설
ㆍ남성 범죄율 미 평균 이하…트럼프 말도 거짓

“아시아인들이 조직적으로 앵커 베이비(원정출산 아기)를 만들고 있다”(젭 부시), “멕시코 이민자들은 범죄자다”(도널드 트럼프), “미국에 왔으면 영어를 써야 한다”(세라 페일린).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들과 유력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강경한 반이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과 달리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국민 다수는 이민자들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미국 국립학술원회보(NAP)에는 이민자 4100만명과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 3700만명 등 총 7800만명의 미국사회 적응을 분석한 하버드대 등 공동연구팀의 조사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영어 구사나 교육수준, 소득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일반적인 미국인들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민자 절반 이상은 영어를 잘 구사하고 있었으며, 이민 3세대에 이르면 주 사용언어는 영어가 됐다.

교육 수준도 이민 2세에 이르면 미국인들을 따라잡았다. 특히 국가별 이민 쿼터제를 폐지한 1965년 이민법 이후 들어온 이민자는 4분의 1 이상이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영어도 못하는 이주자들이 들어와 미국의 교육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반이민론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인들을 모두 범죄자로 몰아붙였으나, 18~39세 이민 1세 남성의 범죄율은 미국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이민자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범죄율은 통념과 달리 오히려 크게 낮았다. 연구를 이끈 메리 워터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민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생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 측면에서도 이민자는 미국인보다 비만율이 낮고 만성질환과 암·심장병도 적었다. 외부에서 온 이들이 의료·복지비용을 갉아먹는다는 인식도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민자의 빈곤율은 2013년 기준 18.4%로 미국인의 빈곤율 13.4%보다 높다. 이민 1세대의 경우 취업률은 높지만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민자의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법적 지위가 불안한 점, 인종차별, 시민권을 얻기 힘든 점 등이 지적됐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미등록 이주자’로 불리는 이민자 자녀 450만명의 추방을 유예하고 미국 사회에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쳐왔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이민자에 대한 미국인의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미국인의 63%는 “이민은 미국에 좋은 일”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전년의 72%보다는 낮아졌다.

이민을 “미국에 나쁜 일”이라고 한 응답은 전년의 25%보다 높아진 33%로 나타나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인종차별과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민자와 미국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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