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 업무실책 떠넘기고 추방명령한 부산노동청

부산노동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추천한 업체 알고보니 고용 무자격…이주노동자만 불법 체류 신세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고용노동청이 이주노동자 고용자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업체를 이주노동자에게 소개시켜주고 뒤늦게 문제가 되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추방 명령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거제의 외국인노동단체인 '노동건강문화공간'에 따르면 2014년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인 K(38)씨는 구직만료기간 3일 전인 올해 1월 20일 구직활동을 하려고 부산고용노동청으로부터 부산 영도의 한 선박도장업체를 추천받았다.

K씨는 이틀 뒤 그 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직만료일인 23일 근로계약을 최종 확인 받으려고 업체 관계자와 함께 들른 부산고용노동청에서 K씨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일하기로 한 업체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자격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노동청 관계자는 이어 고용자격이 없는 업체와 맺은 근로계약이 인정되지 않고 구직기간이 만료된 만큼 출국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강제출국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청이 추천한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K씨는 고용자격이 없다는 노동청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강제출국이라는 말이 무서워 바로 노동청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노동청이 이주노동자에게 보낸 업체 추천 문자
노동청이 이주노동자에게 보낸 업체 추천 문자(부산=연합뉴스) 부산고용노동청이 이주노동자 고용자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업체를 이주노동자에게 소개시켜주고 뒤늦게 문제가 되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추방 명령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노동청이 이주노동자에게 보낸 업체 추천 문자. 2016.4.27 wink@yna.co.kr

노동청의 업무실책 때문에 구직기간이 만료된 채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K씨는 친구 집에서 숨어지내다가 2개월여 만에 이주노동자 단체에 하소연하면서 억울한 사연이 알려졌다.

노동건강문화공간 관계자는 "K씨는 노동청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일 뿐 불법체류자가 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미리 업체의 자격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노동청이 뒤늦게 자신의 착오가 드러나니 K씨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이주노동자와 업체가 근로계약을 맺고 최종 허가를 내줄 때 업체가 임금체불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추천업체의 자격을 미리 확인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사전에 민간보험 가입 여부를 알 수 없는 구조여서 상부기관에 이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건강문화공간을 비롯한 이주노동자 단체는 28일 부산고용노동청을 항의방문해 불법체류자가 된 K씨의 신분을 회복해줄 것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