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이방인, 조선족 ①] ‘동포’라 쓰고 ‘남’이라고 읽는다
기사입력 2016-05-19 10:01

-“칼부림 하고 사기 치고 다닌다”
-‘조선족’들에 대해 여전히 싸늘한 시선
-하지만 범죄율 상대적으로 낮아
-경기불황 속 하층민 시각으로 바라봐
-전문가들 “공격적 편견은 안될 말”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조선족 칼부림’, ‘조선족 범죄’, ‘조선족 사기’….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조선족’ 세 글자를 입력하면 나오는 관련 검색어다. 죄다 무시무시하거나 부정적인 냄새가 난다.

직장인 이유진(27ㆍ여) 씨는 “조선족들은 길거리에서 사람을 죽인다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칼을 들고 다닌다고 하더라”며 조선족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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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중국조선족 거리.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2000년대 초 많은 중국 동포들이 서울시 구로구, 영등포구 등지로 돈을 벌기 위해 대거 유입됐다. 그들은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칼부림과 살인 같은 강력 범죄의 단골 주인공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외국인들 중 중국 출신(1만7870명)이 가장 많지만 상대적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 대비 범죄율을 살펴보면 얘기가 다르다. 2014년 한 해 한국에 머물렀던 체류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89만8654명)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에 대비되는 범죄율을 따져보면 중국 동포들의 범죄율은 몽골, 러시아, 우즈벡 출신들보다 낮다. 2014년 대한민국 범죄율(3.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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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해 한국에 머물렀던 체류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89만8654명)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에 대비되는 범죄율을 따져보면 중국 동포들의 범죄율은 몽골, 러시아, 우즈벡 출신들보다 낮다.

실제 영등포구 대림파출소의 한 경찰도 “조선족 범죄가 많긴 하지만 단순 폭행 사건이 대부분”이라며 “생각하는 것처럼 칼을 들고 다니거나 길에서 죽이거나 하진 않는다”고 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중국 동포들은 여전히 편견과 싸우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황모(20대 후반) 씨도 “사실 우리들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한국 사람들은 우리끼리 다툼이 있을 때 무조건 칼부림을 하는 줄 안다”고 평소의 왜곡된 시선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현실은 한국에서 칼 같은 흉기 갖고 있었다가는 일도 못하고 중국으로 추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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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해 한국에 머물렀던 체류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89만8654명)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에 대비되는 범죄율을 따져보면 중국 동포들의 범죄율은 몽골, 러시아, 우즈벡 출신들보다 낮다.

중국 동포에 대한 편견은 결국 우리 사회 내부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중국 동포에 관해 연구한 박철희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결국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중국 동포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넘어오면서 단순 노동 직만 채우다 보니 ‘조선족=하층민’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경기 불황이 오면서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집단이 조선족과 같은 비주류 집단”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먹고 살기 바빠져’ 조선족에 대해 공격적인 편견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 동포’를 동포의 이름 대신 ‘조선족’으로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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