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합법화 1년…우다야 라이 위원장 "갈 길 멀어"

"한국인도 외국 나가면 이주노동자 될 수 있어…제도개선 노력하고 편견 거뒀으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완벽한 우리말은 아니었지만, 네팔 출신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풀어 이야기했다.

그는 다른 전임자 한 명과 함께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이주노조 전임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이처럼 공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6월 25일 대법원이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조합을 합법으로 인정하며 노동 삼권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주노조 합법화 1주년을 닷새 앞둔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조 합법화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이 많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전체 노조원은 150여 명 정도 늘어나 1천 명을 넘어섰다.

기업노조가 아니라 서울·경기·인천의 지역노조로 운영되는 이주노조는 그사이에 김포에 새로운 지부를 만들었고 다른 지역의 지부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전에 노조에 가입을 권유하면 조금 꺼리고 의심도 했는데 노조가 합법화한 뒤로는 조금만 설명해 주면 누구나 쉽게 노조에 가입하죠."

이주노조의 활동도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지부 사무실에서 노동 삼권 등 국내 노동 정책과 법 조항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의 한 기업체가 복수의 이주노동자에게 퇴직을 강요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 업체와의 교섭도 준비 중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주노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이 넘는 법정 투쟁이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이주노조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발급한 올해 2월은 이주노조가 처음 설립 신고서를 제출한 지 10년 3개월 만이었다.

그 사이 아노아르 후세인(방글라데시) 초대 위원장을 비롯해 노조 간부들이 불법체류를 이유로 줄줄이 추방당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노조가 합법화했고, 노조 활동도 많이 개선됐지만, 이주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는 게 우다야 라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에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 취업자는 93만8천명이다. 미등록 체류자를 더해 그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데 비하면 지금의 노조원 숫자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사정상 한국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동도 잦다 보니 노조의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 측이 이주노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휴가나 상여금 같은 기본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사례도 여전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를 향한 한국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알고 있어요."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여러분, 한국인도 다른 나라에 가면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고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주노동자를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 개선뿐 아니라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를 향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더욱 당부했다.


"우리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기도 하고요. 이주노동자들이 고개를 들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나 오해를 거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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