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농촌일손 해결 ‘톡톡’

작년부터 시범사업…농가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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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근 탄부면의 한우농가 송효헌씨(오른쪽)가 ‘계절근로자 시범사업’으로 송씨 농장에 배치된 베트남 출신의 짠왕숑씨에게 조사료 급여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짠! 이렇게 삽으로 퍼서 한우 앞에 놓으면 돼. 그리고 한놈에게만 너무 많이 주지 말고 골고루 나눠줘, 알았지?”

 17일 오후 충북 보은군 탄부면 송효헌씨(49)의 한우농장. 송씨가 다양한 손짓 발짓을 동원해가며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짠왕숑씨(45)에게 조사료 주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짠왕숑씨와 같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법무부가 농번기 일손부족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올해는 상반기에 강원 양구군, 충북 보은·괴산·단양군에서 120여명에게 3개월의 단기비자를 발급,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송씨는 친근감의 표시로 짠왕숑씨를 ‘짠’으로 부르고 있다. 송씨가 직접 삽질을 해가며 1t 트럭에서 조사료를 퍼내자, 짠왕숑씨는 퍼내는 시늉을 몇번 하더니 제법 능숙하게 송씨의 조사료 급여 작업을 도왔다.

 6일 한국에 입국한 뒤 송씨의 농장에 배치된 짠왕숑씨는 그동안 마늘 수확부터 우사 인근 나무 잔가지 제거 등의 작업을 척척 해내며 부족한 일손에 보탬을 주고 있다.

 짠왕숑씨는 8년 전 국내로 시집와 송효헌씨의 이웃 마을에 사는 여동생 짠티디엔씨(34) 추천으로 국내에 입국했다. 여동생 집에서 숙식을 하는 그는 매일 송씨의 농장으로 출근한다.

 그는 “베트남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여동생과 처남이 가까운 곳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송씨는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몸동작을 보여주면 짠이 알아서 잘한다”면서 “김치찌개부터 순댓국까지 가리지 않고 한국 음식을 잘 먹는데다,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해 3개월간 농사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2015년 10월 충북 괴산군에서 첫 도입한 이후 올해는 강원 양구군, 충북 보은·괴산·단양군 등 4개 군에서 2년째 시범운영중에 있다. 농번기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은 법무부가 발급한 단기취업(C-4) 비자로 3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이후 체류기간 연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배정된 농가에서 매월 130만~15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항공료는 외국인 근로자 개인 부담인데, 일부 지자체의 경우 1인당 40만원의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보은군 탄부면으로 시집 온 여동생의 집에 거처를 정한 레티황완씨(35·여)는 “베트남에서도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농사일이 그리 힘들지 않다”면서 “3개월 동안 오이 수확 작업을 도우면 아이들 학비를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에 대한 농가 반응도 긍정적이다. 농번기에 일손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차에 3개월 동안 외국인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애호박·벼농사를 짓는 김시림씨(58·강원 양구읍 한전리)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대체로 일도 잘하고 밝고 적응도 잘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자리 잡아 내년부터 본사업으로 확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가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일부 개선해야 할 내용도 나오고 있다.

 우선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시범사업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120여명(상반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송씨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은 보은군에 모두 12명이 와서 12농가에 각각 1명씩 배정 됐다”면서 “이들은 농번기 일손 해소에 큰 도움이 돼 좀 더 많은 인원이 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 기간이 3개월로 짧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이제 막 한국 사정에 적응하고 일 좀 익힐 만하면 기간이 끝나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강원 양구군에서 곰취·토마토를 재배하는 김연호씨(59·양구읍 죽곡리)는 “이곳은 바쁜 영농철이 4~10월인데 근무기간이 3개월로 짧아 이후 또다시 인력을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들도 비행기 값 등 많은 비용을 들여 어렵게 한국에 왔고, 이제 일 좀 익힐 만하면 가게 돼 근무기간을 최소한 6개월 정도로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체류관리과 은기범 사무관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번기에 입국해 3개월간 지정된 농가에서 일하고 출국해 다음번 농번기에 다시 입국할 수 있다”면서 “올해까지 농가 반응과 개선사항 등을 파악한 다음 12월경에 내년 본사업 확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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