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2016년 07월 06일 00:05 수요일

 
하루에 10시간씩 한 달에 29일을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치자. 이렇게 일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탓으로 점심은 수시로 거르기도 한다. 숙소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전기누설로 여러 차례 감전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이 이야기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얘기다.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월 30만원 정도의 숙박료를 지급한다. 숙박료를 제외한 한 달치 임금은 110~120만원 정도. 그러나 이들은 신고도 하기 어렵고, 직장을 옮기지도 못한다. 이쯤 되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아닌가. 그런데 아니다. 이른바 노예법으로 명명되는 근로기준법 제 63조가 문제다. 농어촌지역 이주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 63조에 '예외 노동자'로 구분돼 근로시간과 휴식, 휴일 등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들은 또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3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근로계약 기간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채용비용과 교육비,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관행처럼 3년간 계약을 하게 된다. 3년간은, 근로여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이직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시간과 휴일 등에 대한 제한이 없고,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 이 말 같지 않은 상황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2만7400여명에 이른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근로자는 27만7000여 명(2015년 기준). 이 가운데 10분의 1이 농어촌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셈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노예법의 적용을 받으며 개나 돼지처럼 살아간다. 우리 스스로에게 묻자. 이게 법인가.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이 일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인간이다. 인간을, 양심과 인격으로도 지켜주지 못하고 법으로도 보호해 주지 못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주노동자 보호단체들이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10년째 아무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늘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가치는 야만이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 그리고 그 이전에 인간의 양심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제부터 야만과 싸움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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