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태억]농민과 외국인근로자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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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짓기 어렵겠구나!’ 외국인근로자의 농촌 근로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낀 기자의 생각이다. 본지는 7월 초 ‘농촌 외국인근로자 ‘빛과 그늘’’이란 기획기사를 3회 연속 보도했다. 짧았지만 반응은 컸다. 1회에선 외국인근로자의 긍정적인 역할을 소개했다. 2회엔 농민의 애로사항을, 3회엔 외국인근로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담았다.

 취재 과정에서 느낀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농촌 인력의 의존도는 생각보다 컸다. 이들은 이미 농촌현장 곳곳에서 내국인이 꺼리는 농작업을 대신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국인근로자는 2만여명에 달했다. 2025년까지 현재의 농업총생산액 유지를 위해 매년 4만명의 신규인력 육성이 필요하다는 민간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의 전망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력이다.

 이렇듯 이들은 농촌에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불편한 진실도 있었다. 농민 상당수는 외국인근로자의 잦은 농장 이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이들 대부분은 한국에 빨리 오려고 농축산 분야를 지원하다 보니 기회만 되면 상대적으로 대우나 환경이 나은 도시로 떠날 궁리만 한다는 것.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열악한 인권과 근로여건도 있었다. 외국인근로자들은 주말과 휴일이 따로 없고, 근무시간도 정해지지 않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농축산업 외국인근로자의 월평균 휴일은 2.1일에 불과했고, 근무시간도 평균 283.7시간에 달했다. 또 피로를 풀 휴게실은 고사하고 컨테이너나 샌드위치패널,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가건물 거주 사례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과 폭행도 손쉽게 행해졌다. 부당한 처우에 항의했더니 해고·추방 등을 빌미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농장 상당수가 외진곳에 있고 고용주의 통제 아래 있다 보니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이나 근로여건은 상대적으로 많이 취약하다”고 전했다.

 농민들도 할 말이 많다.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도 외국인근로자의 요구는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농번기엔 갑자기 떠날까 봐 눈치 볼 때가 많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외국인근로자는 국내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부당한 처우 등은 외국인근로자에게 ‘코리안드림’은커녕 ‘한국은 가서는 안 될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이들이 한국 농촌을 외면할 것은 자명하다. 외국인근로자가 한국 농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농민들도 이들과 함께 사는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보여줘야 한다.

 김태억(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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