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캄보디아서 치러진 고용허가제 시험장을 가다전 세계 15개 송출 국가 중 4년 연속 1위…9,000명 한국행 전망
박정연 재외기자  |  planet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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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8  1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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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평가시험장에 설치된 지문인식기를 통해 신원을 확인중인 캄보디아 응시생들의 모습.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박영범)이 관리하는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평가시험(EPS-KOPIC)이 실시된 지도 벌써 12년째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현재 이 제도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누적 집계 54만 여명이며, 현재 28만 명의 근로자들이 5만 여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해외근로자 송출 업무가 본격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다른 외국송출국가들보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이웃나라인 베트남이나 태국보다 그 숫자가 오히려 더 많다. 베트남, 네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총 15개 송출국가 중 4년째 연속 1위다.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9,000명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송출 비율이 높은 이유는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성실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고용주들의 선호도도 매우 높고, 상대적으로 불법체류율도 낮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산업인력공단 박태훈 캄보디아 지사장의 설명이다.

지난 6월25~26일 양일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노동부 주관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이 시행됐다. 전국 10개 시험장에서 시행된 이번 시험에 수험생 5만4,983명이 응시했으며, 6.1대 1의 경쟁률로 치열했다.

시험 첫날 오전 캄보디아 노동부 픽소폰 차관과 한국산업인력공단 박순환 이사, 김현식 한인회장이 수험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학교 수험장을 찾았다.

픽소폰 차관은 현지 방송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정부가 더 많은 캄보디아 근로자들을 고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순환 이사는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이 서로 협력해 고용시장을 더욱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놈펜 소재 시소왓 고등학교에 마련된 제1시험장은 노동부 차관과 공단 측 인사들이 당도하기 전부터 이미 수험표를 손에 쥔 응시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교문 앞에 설치된 전자 지문인식 장비 앞은 긴장된 가운데 응시생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관리 요원들이 응시자들의 신분증 뿐 만 아니라 지문인식을 통해 일일이 신원을 확인했다.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불법 또는 대리응시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첨단 시스템은 현지 노동부 관계자들도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험표를 단 응시자들이 수험번호로 자신이 시험을 치를 고사장을 찾아가느라 아침 교정은 꽤나 부산스러웠다. 자기 책상을 간신히 찾은 수험생들의 표정은 잠시 안도의 표정으로 바뀌더니 곧바로 긴장모드로 바뀌었다. 그래도 기자와 눈이 잠시 마주친 한 수험생은 동남아사람들답게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이윽고 시험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펜을 쥔 수험생들의 손과 눈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거 학력고사 세대인 기자에게는 과거의 옛 추억을 되살려주었다. 잠시 기억이 과거에 머물자 기자 역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지난 6월25~26일 양일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시행된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에는 무려 5만4,983명이 응시해 6.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읽기(40분)와 듣기(30분) 문제로 구성된 시험은 4가지 유형 시험지가 시험 감독관에 의해 수험생들에게 배포됐다. 자세히 보니 컨닝을 최대한 막기 위해 앞과 뒤, 옆 사람의 시험지가 모두 달랐다. 문제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였다. 한국의 문화나 교통법규, 버스타기 등 실생활과 관련 있는 문제들이 유독 많았다. 듣기 문제 역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렵거나 함정처럼 보이는 문제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과거 문제 은행식으로 출제를 했더니 학생들이 한국어 공부 대신 운전면허 필기시험처럼 문제 외우기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바람에 문제가 일부 발생했다. 그래서 요즘은 이를 보완해 토익과 같은 실제 언어능력과 한국의 실생활에 주안점을 둔 문제 유형으로 바꿔 변별력을 높이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수년전 고용허가제 시험이 도입됐을 당시만 해도 프놈펜 시내 현지인이 운영하는 일부 한국어 교습학원들은 정상적인 한국어 수업 대신 시험문제 정답 외우기 수업이 한때 성행했던 적도 있었다.

시험 전 인터뷰를 해본 대부분의 응시생들은 대체로 한국말이 서툴지만, 일부는 기자가 묻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성실히 답변을 해주었다. 이 정도면 한국에 가서도 잘 적응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눈을 돌려 시험장 밖에서 서성이는 수험생 가족을 만나봤다. 한 수험생의 어머니였다. 이 여성은 기자가 수험감독관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지 자신의 아들의 이름까지 말하며, 잘 좀 봐달라는 말을 했다. 이 여성은 교문 틈에 양손을 쥔 채 시험이 끝날 때 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느 나라든 다 똑같다.

이윽고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다시 교정이 시끄러워졌다. 시험지를 서로 비교해가며 진지하게 답을 맞춰보는 시험생들 부터 벌써 합격이라도 된 냥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한 응시생에게 합격해서 한국에 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 질문을 던져보니 “기계용접을 배운 적이 있어 큰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꿈이 뭐냐고 재차 물으니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벌어서 가족들에게 집을 사주고 싶어요. 그리고 결혼도 하고 싶구요.”

문득 과거 1970년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독일로 떠났던 우리네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같은 마음으로 한국에 가길 간절히 원할 것이다. 그들이 소망하는 코리안 드림이 부디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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