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만 진 고용노동부의 무책임이 가장 큰 문제농업분야 허술한 제도로 상황만 악화 … 농장주·노동자 모두 보호하는 종합대책 세워야
  • 박경철 기자
  • 승인 2016.07.24 12:21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 뒷짐만 지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지난 2004년 8월에 실시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은 외국인 연수생 신분으로 인해 이중삼중의 착취와 차별 등의 문제를 낳은 ‘산업연수생 제도’의 후신으로 마련된 제도다. 정부에선 이른바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에 대한 인력수급의 필요성으로 제도를 만들었지만 농업분야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제조업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고용허가제로 인해 농업분야는 제도와 시스템 자체가 허술해 이주노동자들이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삼열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은 “고용허가제의 제도적 문제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하는 게 먼저”라며 “특히 농업분야에선 농업현실에 맞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권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방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센터장은 여기에 더해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농업분야에서 일하는 게 농장주도 편하고 노동자도 편한 조건인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며 “일단 의사소통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언어가 되는 중국동포에 이점을 주고 우선적으로 농업분야에서 일하게 하는 등 고용허가제 자체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고용허가제를 관리하고 책임져야할 정부가 방관하며 그 책임이 고스란히 농장주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임금체불이나 잔업수당, 퇴직금 문제로 형사처벌을 받는 농장주가 늘어난 것도 그래서다. 우 센터장은 산업재해를 주요사례로 꼽았다. 5인 미만 사업장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이주노동자가 다쳤을 경우 농장주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 센터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산재보험이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사업장에 대해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도 지역의 이주노동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선희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국장은 “우리나라는 중앙법 위주라 지자체가 권한도 없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박 국장은 또한 “농업 이주노동자의 실질적 인력관리를 농협에서 맡고 있는데 형식적인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자체에서도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충남도의 경우 통역지원 시스템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노동에 대한 개념과 인권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선희 국장은 “노동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거나 무지에서 비롯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고령의 농장주들은 교육을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데다, 농촌에 드리운 어려운 현실 속에서 따질 것 다 따지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한탄을 듣기도 한다”고 밝혔다. 우 센터장은 “평생 농사만 지어온 분들이 법제도를 모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며 “모르면 알려줘야 할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우 센터장은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 농장주에 쏟아지는 질타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우 센터장은 “농장주의 경우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이 삶의 자리에서 평생 농사만 지어온 분들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종합대책을 세워 농장주와 이주노동자 모두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 농민들이 정말 마음 편하게 농업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철 기자  kp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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