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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앨범 발표회 <함께하는 음악여행>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노동하며 겪은 슬픔, 그리움 그리고 희망의 노래를 담은 앨범 발표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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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000여명에 이르는 네팔 이주노동자들, 활동범위 매우 다양해져

지금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일하고 있다. 그 중 나는 네팔이주노동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어 그들 행사에도 가끔 초대를 받고는 한다. 

지난 주말(28일)에는 '함께 하는 음악 여행'이라는 앨범을 발매했다며 초대를 해왔다. 신촌에 있는 한 네팔레스토랑에서 진행된 행사장에는 이미 4~5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현장에 도착하여 낯익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 후 행사가 시작되고 사회자가 단상으로 불러 오늘 메인게스트라며 소개했다. 

네팔인 이주노동자들 중에서 시를 쓰는 작가 모임에서 이번 행사를 주최했고 이번 앨범에 작품을 발표한 이주노동자 시인들이 자신들과 알고 지내는 한국 시인이자 네팔문학인협회 한국지부 자문위원인 나를 소개하고자 한 의도였다. 

이미 몇 차례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함께 시낭송회를 열기도 했던 <한국 네팔 이주노동자문학회>가 주최한 행사여서 분에 넘치게 메인게스트라는 특별한 자리가 주어진 것이다.

네팔인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연수생 시절을 지나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고 합법적으로 한국에 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다. 과거엔 2~3000명의 합법적인 체류자들이 이주노동을 했다.

2007년 이후 한국어 능력시험을 치르고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을 통해 입국하기 시작한 네팔이주노동자 수는 이제 35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들의 활동범위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는데 해외에서 일하며 겪는 희로애락을 영화나 방송, 문학 그리고 이제 음악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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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문학인협회 한국지부 주최 앨범 발표회 네팔문학인협회 한국지부에 지회장인 걸빠나 라이(사진 왼쪽 아래)씨가 축하의 인사말을 전하고 있고 앨범 제작에 함께한 이주여성노동자 시인 겅가 버터라이(사진 오른쪽)씨가 자신의 시를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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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에게 특별히 축하 인사를 전했다. 아무런 준비없이 참석해서 축하의 말을 전하느라 단상에 앉아 스마트폰에 한국어로 네팔어 인사말을 정리하였다. 

한글로 소리나는 대로 쓴 네팔어 : 아저 네팔리 싸이떼 더친 코리아 써마즈꼬 카리큘럼마 볼라에러 쁘러묵 어띠띠마 락께러 에서리 진잔 뻐니 소수라데스꼬 썸자에 디데이 살리 살라 베따에 디에꼬마 던예바드. 깃 허루 번아에러 소데스꼬 섬자에러 에서리 카리큠럼 번아에러 쿠시 번아에 디에꼬 썩바이 자너 페리 던에바드 디너 자한추. 버다이 뻐니 디너자한추. 메로 비차르마 싸이떼꼬 컴줄버에버니 데스꼬 산스크리티 컬쳐 하루 비트누 석처. 아저 비데스 아에러 뻐니 소데스꼬 싸이떼 카리큘럼 쩔라에꼬 매로 살리,살라. 소수라 데스꼬 만니수허루라이 엑떰 던예바드 디너자한추. 뭇디 절리니. 하수 저르니. 져스또락처

번역 : 오늘 네팔 문학인협회 한국지부 행사에 메인게스트로 초대해서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고 나의 처가의 나라를 생각할 기회를 주어 고맙습니다. 여기 나에게 처남이 되고 처제가 되는 여러분을 만나게 해주어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노래를 만들어 네팔사람으로 자신의 나라를 생각하는 그런 기회를 만든 여러분을 만나 반갑고 그런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와 고마운 인사를 다시 전하고자 합니다. 내 생각에 문학이 죽으면 나라의 문화도 힘을 잃습니다. 하지만 오늘 외국에 와서 삶의 희로애락을 자기 나라 문학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또한 노래로 만들어 낸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매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마치 가슴이 떨려오는 느낌과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듭니다.

나의 서툴고 간단한 인사말에도 그들은 충분히 즐겁고 반갑게 들어주었다. 모국어에 호감을 갖고 있는 외국인을 통해 듣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으리라 믿는다. 

지난 한 해 네팔대지진 이후 1년을 바쳐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수원에서 방 두 칸에 네팔여성이주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돕고 있다. 

나의 그런 노력에 지인들과 집 주인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무난하게 우리 부부의 쉼터는 2년을 넘겼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알고 지내기 어려운 다양한 사연들을 보게 된다. 

지금도 이주여성 한 명은 암이 발병해서 쉼터에서 병원을 오가는데 치료를 받은지 4개월이 넘었다. 또다른 네팔여성이주노동자는 2년여의 이주노동을 접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녀는 3개월 전 네팔에 가서 마음을 다스리고 온 상태라 그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행용 짐 가방을 가득 챙겨 떠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의 짐도 무거우리라 생각하며 안타까움을 함께 했다. 그녀는 몇 차례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쉼터를 오갔다. 결국은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귀국을 선택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네팔인들이 자신들 삶을 노래한 '함께 하는 음악여행'이라는 앨범을 듣고 있노라니 히말라야 산중에서 보이는 깊은 계곡과 설원의 웅장한 울림이 전해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어낸 그들에게 무한한 축복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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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비디오를 관람하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다. 해당 앨범에 실린 노래를 뮤직비디오로 제작하여 해당 영상을 관람하기도 하고 함께 춤추며 노래하며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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