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구금된 실명 이주노동자 A씨의 사연[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2003년 한국 입국 한달만에 실명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6.09.26 12:09

요즘 안산역이나 수원역 등 이주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에 하나는 특별형사대라는 이름으로 경찰과 출입국직원이 합동으로 이주노동자 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2월 2일 경기남부청 정식부서로 조직된 특별형사대는 경기남부청 7개 경찰관 기동대 가운데 기존 1기동대(108명)을 개편한 경찰관 부대로, 투입 6개월 만에 1천여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여 그 활동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주노동조합을 비롯한 이주 제 단체에서는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순회하면서 무조건적인 강제단속으로 인하여 이주노동자들이 입게 되는 심리적, 신체적 피해에 대해 알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만이 능사가 아닌 합법화를 포함한 사회적 통합지원대책이 필요함을 주장하였으나 법무부에서는 올해 12월까지 합동단속을 계속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결과로 인하여 경기권지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구금되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최근 들어 400여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갇혀 있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작년 8월 4일 구금되어 1년이 넘는 동안 화성외국인보호소 안에서 여러 차례 단식과 오른쪽 눈을 다친 결과로 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아시아의 친구들>에서는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여 장기구금중인 이주노동자들을 면회하고 심리적 안정 및 가능한 지원을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기고 글에서는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가 지난 7월부터 만나온 우즈베키스탄 A씨가 한국에 와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왜 화성외국인보호소 안에 구금되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면담기록을 토대로 가능한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2015 세계 이주민의 날(12월18일)을 앞두고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대회'에서 참석자가 '단속추방 중단'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는 2003년 한국에 입국하여 경북 고령군 소재의 사업체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입사한 지 한 달 반 만에 공장 기숙사에서 청소를 하다가 유리가 깨지면서 파편이 눈에 들어가 다쳤다. 당시 회사에서 두 차례 수술을 해주었는데 두 번째 수술의 경우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수술을 하였고 처음에는 몇 미터 앞의 물체는 보이다가 이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김대권 대표가 직접 만나서 확인, 오른쪽 눈은 외관상으로도 상당히 변형되었다고 한다. A씨는 2006년경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였지만 근무 중에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휴일에 기숙사에서 청소 중에 일어난 부상이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거부되었다. 하지만 A씨는 기숙사에서 매일 돌아가며 청소당번을 했고 청소를 하지 않으면 해고할지도 모른다고 하여 의무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당시에 이의신청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10년이 지난 지금 단계에서 법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오른쪽 눈을 다친 이후 2005년 회사를 퇴사하였고 이후 외관상 보기 안 좋은 눈 부상으로 인하여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등록 체류로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2008년 단속에 걸려 보호소에 구금된 적이 있다. 하지만 미등록체류이주노동자가 보호소에 구금되거나 강제퇴거로 인하여 회복할 수 없는 재산상 손해 또는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기타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 보호의 일시 해제를 청구할 수 있는 보호일시해제라는 제도를 통하여 눈 수술을 위해 A씨의 구금이 해제된 적이 있다. 당시 A씨는 눈 수술을 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일정금액이 있었는데 보호일시해제 이후 우즈베키스탄 현지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어서 그동안 모아둔 돈을 모두 고향으로 보내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 미등록으로 체류하여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다 2015년 다시 단속되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이 된 것이다.

이미 사고 이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의학적으로 실명된 눈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운 단계이고, 다만 한국실명예방재단을 통하여 안구적출 후 인공안구를 삽입하는 수술을 무료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보호일시해제를 요구하면서 물만 마시고 단식을 하는 등 보호소 안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몸무게가 105kg에서 60kg까지 줄어들 정도로 건강상 위험도 상당히 높다. 최근 9월 7일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가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여 A씨를 만난 결과  물만 마시고 있다가 이마저도 안 마시는 경우도 있고 위에서 피가 역류하는 등의 어려움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상황이 여러모로 악화되었고 A씨는 한국에 온 지 한 달반 만에 눈 부상을 입어서 이렇게 된 것 같다며 눈 수술을 받거나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본인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호소에, 아시아의친구들에서도 주변 이주단체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밖에도 무국적자의 문제, 아동구금 문제, 외부진료 및 의료에 대한 문제, 생활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미등록체류 이주노동자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지난 4월부터 전문심리상당사를 채용하여 특히 장기구금중인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근본적으로는 무조건적인 단속과 강제퇴거로 이어지는 현행제도가  바뀌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아무쪼록 A씨가 지난 잃어버린 10년에 대해서 적절한 수준에서라도 보상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이주단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화성외국인보호소,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등 정부기관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의 친구들에서는 정기적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여 장기체류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면담 및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은 분들은 아시아의 친구들 이메일 foA2002@empAs.com과 031-921-7880으로 연락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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