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공단이 이주노동자 보험료 떼먹나…전국서 '원성'

E-7비자 노동자 4만7천명 2천160억 못 받아…공단 "지급대상 아냐"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외국인 특정 활동 비자(E-7)인데 그동안 납부한 국민연금을 돌려달라"

E-7 비자를 받아 국내 요식업에서 일하던 중국인 이주노동자 장 모(42) 씨는 최근 근로 계약 기간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5년간 납부했던 연금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눈앞이 캄캄했다.

이주노동자 인권보장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주노동자 인권보장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찾아가 연금 보험료 반환일시금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E-7 입국자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공단 측은 사회보장협정 체결국인 중국과는 보험료 면제협정만 체결하고 반환일시금 지급 규정이 별도로 없어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보장협정이란 외국인이나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개인 등이 사회보장제도와 관련 본국과 외국의 이중적인 관할권 내에 위치하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에 체결한 조약이다.

따라서 장 씨는 사회보장협정체결로 인해 보험료 납부 면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국민연금을 이중 납부한 셈이다.

그는 국내에서 2011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매달 꼬박꼬박 연금 보험료로 모두 708만원을 냈다.

졸지에 자신이 낸 보험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 장 씨는 경남 김해이주민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장 씨와 같은 문제로 이 센터에 상담을 의뢰한 외국인 이주노동자만 모두 160여명이다.

돌려받지 못한 돈은 수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입국한 E-7 비자 이주노동자는 주로 요식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센터는 E-7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연금 보험료는 전국적으로 4만7천여명분 2천160억원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급여에서 원천 징수해 사용주가 일괄 납부하는 방식이어서 이들 노동자들 입장에선 모국과 한국간 면제협정 체결 여부과 무관하게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이주노동자는 연금 보험료가 얼마가 납부되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관련 정보를 몰라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센터 측은 밝혔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는 "국민연금공단 측은 문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낸 연금 보험료를 떼먹는다는 국제적 망신으로 문제가 더 확산하기 이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 측은 앞으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도 검토할 계획이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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