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비닐하우스 '노예합숙', 외국인노동자 차별·착취 여전

차주혁 전종환 기사입력 2017-01-02 20:45 최종수정 2017-01-02 21:25
외국인노동자 노예합숙 임금착취 비닐하우스 불법체류자 인권 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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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채우고 있는데요.

열악한 처우나 폭행, 또 임금착취가 비일비재하고, 항의라도 했다가 쫓겨나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주혁 기자와 전종환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 비닐하우스 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옵니다.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공간엔 먼지 쌓인 가재도구와 컨테이너 박스가 있습니다.

그 안에선 20살을 갓 넘긴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한 채 영하의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변변한 식재료도 조리도구도 없지만 하루 세 끼를 모두 이곳에서 해결해야 됩니다.

[쓰러니/캄보디아 근로자]
"방도 추워요. 바깥도 추워요. 음식 밖에서 만들어도 추워요."

명절도 국경일도 없이 휴일은 한 달에 두 번,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한 대가는 한 달 10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농장주는 이 돈에서 숙소비 명목으로 매달 35만 원씩 떼어갑니다.

[딤둥 라집/네팔 근로자]
"35만 원 자르면 많이 힘들어요. 우리 말했어요. 사장님, 조금 깎아주세요."

불만을 이야기하면 숙소비를 더 올리겠다는 말만 돌아옵니다.

[농장주]
"이제 35만 원 아니야. 50만 원씩 잘라 갈 거야. (50만 원? 매일 매일?) 한 달. 한 달에 50만 원 할 거야."

참다못한 캄보디아 여성 리호우 씨는 지난 8월 고용노동부에 진정했고, 쫓겨나다시피 외국인 쉼터로 옮겼습니다.

농장주는 오히려 사업장 무단이탈로 리호우 씨를 신고했습니다.

[농장주]
"이 친구를 내보냈을 때 우리가 사람을 바로 끌어다 대지를 못하는데 그것에 대한 피해는 어떤 식으로 보상받나요?"

고용부는 인권단체와 함께 항의차 찾아온 리호우 씨 일행이 소란을 피운다며 신고해 리호우 씨만 불법체류자로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고용부 대전청 담당자]
"조사 당시에 그 사람이 불법체류 외국인 신분이었는지 몰랐어요."

◀ 기자 ▶

현재 리호우 씨는 이곳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강제출국 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비단 한 개인만의 문제일까요?

계속해서 전종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트럭에 실렸다 내려진 곳은 인적도 드문 마을 외곽의 비닐하우스.

오늘부터 비닐 합숙소가 집입니다.

내버리듯 짐을 내려주는 농장주는 이곳을 이탈하면 신고한다는 협박으로 첫 인사를 대신합니다.

[농장주]
"3일에 한 번씩 와볼 거야. 3일에 한 번 왔는데 사람 없어. 그러면 무단이탈. 사장님 신고. 너희들 불법. 그거 알아서 해. 항상 여기 있어."

농장주는 남녀 방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들어와 사생활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컨테이너 쪽방에선 마음 놓고 식사하기도 어렵습니다.

[농장주]
"이것들이 어디서 밥을 먹고 그래. 얼른 나가. 나가서 밥 먹어."

비닐하우스 한 달 월세는 많게는 80만 원, 도심의 원룸만큼 비싸지만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건 폭력입니다.

다른 곳에 취업하고 싶어도 현행 제도는 현재 고용한 사람이 동의를 안 해주면 사업장을 떠날 수 없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농용 비닐하우스에 사람이 살게 하는 것은 건축법에 위반되고, 사전 동의 없이 숙소비를 공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납니다.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격을 얘기하려면 외국인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리는 농촌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만 8천여 명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합숙소에 대한 실태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전종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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