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가 기숙사?…화약고서 잠드는 외국인 근로자들

창문 없고 쇠창살까지… 불나면 어쩌나 외국인 근로자 ‘불안한 겨울나기’

박수철 기자 scp@kyeonggi.com 노출승인 2017년 01월 15일 21:21     발행일 2017년 01월 16일 월요일     제0면

▲ 화성시 팔탄면의 한 기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의 불법 컨테이너에서 거주하고 있다. 불법 가설건축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외국인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으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형민기자
▲ 화성시 팔탄면의 한 기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의 불법 컨테이너에서 거주하고 있다. 불법 가설건축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외국인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으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형민기자
화성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컨테이너 등 불법 가설건축물 내 숙식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사실상 소방관리 사각지대인 이들 불법 건축물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는 일도 빈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5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팔탄면 하저리 공장 밀집지대 내 A 금속공장. 공장 내 마당 한켠에 3×6m형 컨테이너 4개가 놓여 있었다. 6명의 인도네시아인 근로자들이 기숙사와 휴게실 등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16.5㎡ 남짓한 컨테이너 내부에 칸막이를 쳐 2명이 반씩 사용하고 있었다.

이 공간은 전기 판넬을 깔아 난방한다. 전기장판, 온풍기, TV, 전기밥솥 등 전자제품 8~9개를 콘센트 1개에 문어발식으로 연결해 사용하고 있었다. 휴대용 가스버너도 버젓이 놓여 있었다.

화재감지기, 스프링클러 등 화재예방시설은 커녕 소화기도 없었다. 컨테이너마다 창문에 쇠창살이 덧대져 있어 쉽게 대피할 수 없는 구조였고, 창문이 아예 없는 컨테이너도 있었다.

마도면 쌍송리 B 기계공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차장 옆에는 2층씩 3열로 컨테이너 5개가 놓여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10명이 컨테이너 1곳 당 2명씩 사용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위로 7~8개의 전선이 무질서하게 연결돼 있었다. 숙소 바로 옆에는 작업용 LPG 가스통도 놓여 있었다.

이처럼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건축법상 컨테이너 등 가설건축물은 창고 및 사무실, 건설공사를 위한 임시 숙소 등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A, B 공장 모두 컨테이너를 놓기 위한 가설건축물 설치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 지난 8일 외국인 근로자 L씨(63ㆍ중국동포)가 봉담읍 한 세탁공장 내 불법 가설건축물에서 잠을 자다 화재로 숨졌다. 공장주는 창고용 천막 내에 판넬로 숙소를 만들어 L씨를 재웠다.

민동일 화성외국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외국인 근로자 2만6천 명 가운데 20%는 컨테이너 등 가설건축물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화성지역 공장이 9천200여 곳에 달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거주실태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화성소방서와 협조해 가설건축물 내 화재로 외국인 근로자가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화성지역 28건을 비롯해 전국에서 819건의 컨테이너 화재가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화성=박수철ㆍ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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