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분석] "잠재성장률 높인다" vs "실업 심화시킨다" 외국인 근로자 경제에 약일까, 독일까

  • 세종=전성필 기자
  • 입력 : 2017.06.12 05:51

    [핫이슈 분석] "잠재성장률 높인다" vs "실업 심화시킨다" 외국인 근로자 경제에 약일까, 독일까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인력 부족 심화 우려가 나온다.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저성장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 작년 12월 경제활동인구는 2703만5000명이었다. 2030년에는 13% 감소한 240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문·우수외국인력 유치를 확대하고 중장기 외국인·이민정책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인데, 외국인 노동자가 과도하게 들어오면 실업이 고용시장이 더 나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외국인 수는 하눅 전체 인구의 4% 수준인 205만명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할 경우 2021년에는 300만명, 2027년에는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실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경제에 약일까 독일까.

    ◆ “경제 유발효과 커” vs “내국인 일자리 잠식·임금 수준 하락”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생산에 기여하면서 번 돈의 상당액을 국내에서 쓴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의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나라에서 2012년 소비지출 효과 14조1000억원, 생산효과 39조5000억원 등 총 53조7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냈다. 2013년 자동차산업 생산유발계수(2.575)를 기준으로 2016년형 쏘나타 최고옵션 차량을 약 77만대 팔아야만 낼 수 있는 경제효과다.

    작년에는 74조1000억원의 효과를 냈다. 생산효과 54조6000억원, 소비지출 효과 19조5000억원이다. 2012년에 비해 약 38%가 늘어났다. 강동관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외국인 근로자의 경제 유발효과는 80조원을 돌파하고, 2026년에는 162조2000억원에 달해 9년 만에 두배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경제 유발효과 연도별 추이 /IOM이민정책연구원 자료.
     외국인의 경제 유발효과 연도별 추이 /IOM이민정책연구원 자료.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반드시 내국인 실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들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내국인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점차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IOM이민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대체탄력성(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정도)은 미국이 -0.044, 캐나다는 -0.072, 영국은 -0.005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가 클수록 한 변수가 다른 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인력의 구직난을 심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고용이 1%포인트 늘때마다 내국인 여성 고용은 0.15% 줄고, 중장년층 일자리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값싼 외국인 근로자가 노동 시장 임금 구조를 양극화한다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이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위주로 고용하다보면 임금 수준은 갈수록 낮아지고,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주로 하는 산업 분야의 전체 임금 수준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취업한 외국인이 1%포인트 늘면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도 0.2~1.1% 감소한다는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도 있다.

    ◆ 내국인 고용 근본 문제는 노동 수요·공급의 ‘미스매칭’

    실업률은 높지만,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적인 구조로 ‘미스매칭’이 일어나는 탓에 벌어진 일이다. 내국인 구직자들은 임금 수준이 높고 근무 환경이 좋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기피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지난해 1분기 전국 300인 미만 사업체의 미충원율(구인인원/미충원인원)은 12.7%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3.8%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의 미충원율이 19.6%로 전 산업 평균인 10.9%를 크게 웃돌았다.

    경기연구소에 따르면 12대 주력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화학(3.6%), 기계(2.8%), 섬유(2.7%), 소프트웨어(2.7%) 등 산업 분야에서 인력 부족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 비중이 높은 디스플레이나 조선 분야의 인력 부족률은 각각 0.7%, 1.2%였다. 2015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직군에서 ‘지원자가 없어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60.7%였다.

    기업들은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다. 영세 업체 입장에서는 외국인이 인력 부족 문제의 해법인 셈이다. 2016년 기준 산업별 외국인 취업자는 광·제조업(43만7,000명, 45.4%)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19만명, 19.7%),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18만 7,000명, 19.4%) 등도 다른 산업에 비해 외국인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외국인이 많이 들어와 실업률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부족한 노동공급을 외국인이 채운 측면이 큰 셈이다.

    ◆ “인력 부족 산업과 조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지금은 실업률이 높지만 한국도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총 7만7800명의 인력이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30년 이후 2040년까지는 총 22만82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성별로는 2015년부터 2040년까지 남성은 연평균 6600명 초과 공급인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연평균 1만24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직업별로는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가 1500명, 판매 종사자 1600명,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종사가 4900명,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5400명, 서비스 종사자 8100명, 단순노무 종사자 3만9000명 등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마이너스(-) 표시 된 직군은 초과수요 될 전망으로 인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단위: 1000명) /자료=한국직업능력개발원.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마이너스(-) 표시 된 직군은 초과수요 될 전망으로 인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단위: 1000명) /자료=한국직업능력개발원.
    내국인 고용 미스매치와 미래 인력 부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하지만 정부는 외국인 유입 정책에 통일된 입장이 없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경제학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해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생각할 때 (이민자를) 하루아침에 확 늘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이민에 대해 포용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가 무분별하게 유입될 경우 청년과 여성, 중장녕층 일자리가 잠식될 수 있다”며 “국내 고용여건이 악화될 경우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줄이고 빈 일자리를 내국인 근로자가 활용하게끔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외국인 관련 정책은 법무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행정자치부 등 19개 부처가 따로 맡고 있다. 관련 사업은 지난 2015년 기준 206개에 달한다. 정부의 목소리부터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방식의 외국인 고용정책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규용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의 외국인 인력수급정책을 보면 단순기능 인력들로 채우고 있다”면서 “외국인 인력에 대한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근거로 외국인 인력 허용 분야와 적절한 도입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부족리스트를 작성하여 공표하고 해당 직종에 요구되는 자격, 경력, 학력 등을 명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조정본부장은 “내국인 노동력 활용도 제고 및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보완적으로 외국인력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외국인력 수요 변화, 외국인력 유입에 따른 사회통합 비용 증대와 같은 여건변화를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1/2017061100142.html#csidxa9070d033336a68b3350ae9b4ef14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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