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팔 이주노동자의 잇단 자살, 관심과 배려 필요할 때다

2017-07-25 00:05:01크게보기작게보기프린트이메일 보내기목록

대구시 중구 동인동의 산악전문단체인 대구등산학교에서 지난 23일 네팔 근로자들과 주한 네팔대사 등 네팔 대사관 관계자, 대구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강이 열렸다. 이날 특강은 지난 6월 달성군에서 2명, 경산시에서 1명의 네팔 근로자가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나면서 마련됐다. 말하자면 대구경북에 머무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을 예방하고 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듣고 아울러 위로를 겸한 자리였다.

특강을 마련한 한국네팔협회의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다. 먼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 때문이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4천 명 안팎의 네팔인들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는 소위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3D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경북의 한 양돈장에서는 안전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정화조 청소작업을 하던 네팔인 2명이 질식사했다. 이주단체는 지난달 정부청사 앞의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례로 해마다 2.8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는다고 밝혔다.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또 있다. 우리 사회의 소수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배려의 절실함이다.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3명의 네팔 이주노동자 자살 가운데 신병 등에 따른 20대 젊은이 사례는 더욱 그렇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가족을 위해 ‘코리안 드림’을 이루려 고통과 차별, 외로움과 그리움조차 홀로 견디며 힘겹게 버티는 이주노동자의 삶은 1960, 70년대 독일과 중동 국가로 파견됐던 한국 근로자의 사정과 다르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비통하고 남다른 까닭이다. 우리 앞선 세대의 외국 이주 노동 역사를 돌이키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냥 둘 일이 결코 아니다.

중국 조선족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의 이주 역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일 만큼 오래다. 지금 100만 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산업 현장 곳곳을 지키는 산업 역군이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노동 당국의 정책과 함께 극단적인 자살 선택을 막기 위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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