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매기는 비자제도 인권침해 가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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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8-01 17:57
수정 2017-08-01 22:15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인터뷰
“이주노동자에 사업장 선택권 줘야
고용허가제 대신 노동허가제 시행을”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인 우다야 라이(44) 이주노조 위원장은 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최근 추진하겠다고 밝힌 ‘외국인숙련인력 점수제 비자’에 대해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노동자답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별한국어 시험을 보지 않고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하게 해주고, 기간과 횟수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아직도 각 사업장에서 강제노동과 저임금, 폭행, 폭언과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는 것은 물론 각종 차별을 겪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이다. 퇴직금도 한국에서 받을 수 없고 40살이 넘으면 일할 수 없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일해도 가족 동반이 허용되지 않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노동자에게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새 비자제도는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더욱 내세우기 어렵게 만들 것이란 걱정이다.

이어 정부가 시행하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과 선택의 권리가 없다”며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게 있는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허가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허가제는 첫 3년 계약기간에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할 수 있고, 만료 뒤 계약 연장 여부도 사업주가 결정하고, 사업주가 원하지 않으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든지 미등록으로 남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잔인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주노조는 오는 20일 민주노총을 비롯해 전국의 이주노동단체들과 함께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새 비자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전면적인 노동허가제 도입을 촉구하는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대규모로 열 예정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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