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근무환경·업주 횡포' 인권 사각지대 놓인 이주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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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한
보호 장치는 미흡···'관련법 개정 필요'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전남의 한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속 업주의 횡포로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들은 사업장 변경권마저 제한받고 있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광주지역 노무법인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전남의 한 오리농장 30대 이주노동자 2명이 '업주의 횡포를 막아달라'며 노무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노동자들은 상담에서 "지난 3년여간 업주의 폭언·손찌검·불법 파견·임금 체불 등에 시달려왔다"며 "업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업주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근무지를 무단 변경하고 출퇴근 카드에 찍힌대로 임금을 주지 않았다. 업주 마음대로 출퇴근 기록지를 작성, 잔업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청소 도중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 산성 세척제가 구멍 난 작업복에 튀어 상처까지 났다. 업주가 병원에도 가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낡은 작업복과 마스크를 교체해주지 않고, 바쁠 때는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옷에 소변을 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이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0명이 이 같은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곳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지난 3월 '업주의 폭언·폭행 행위를 처벌해달라'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광주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지만, 6개월째 관련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노동청이 검사의 기소 처분 뒤 행정 제재 등을 할 수 있는데다 사건 처리도 지연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특히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권을 제한, 근로 조건 개선을 막고 있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면, 특정 사업장에서 3년 동안 일한 뒤 체류기간을 1년10개월 간 연장할 수 있다. 

4년 10개월 간 성실히 근무할 경우 자국으로 돌아가 3개월 휴식한 뒤 원래 사업장으로 재취업할 수 있다. 

이 과정에 휴업·폐업을 제외하고 근로조건 위반 행위, 폭행·상습적 폭언 등의 부당한 처우 등을 받는 경우에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상 심사 조건·기준이 까다로워 불이익을 받고도 사업장을 변경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장관 고시에 따라 1년치 임금 중 30% 이상 체불이 있어야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고,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는 기준도 명확치 않다'고 이주민지원공익센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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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또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 동의 없이 일을 그만두거나 사업장을 변경하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게 되고 근무지 이탈 신고가 접수되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이 어떤 사유로 이탈했는지 면밀히 살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지위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이현서 변호사는 "외국인 고용법과 근로기준법상 처벌 기준과 사업장 변경 기준이 연계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고, 고용노동부장관 고시에 미달하면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업주에게만 유리한 법을 개정해 다양한 사유로 (사업장 변경이)가능하도록 이주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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