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착취' 카타르, 외국인 가사노동자 '노예계약'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해외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카타르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제도를 처음으로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타르 도하 [AP=연합뉴스]
카타르 도하 [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는 가사노동자의 최대 근로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노동자 보호법을 이날 승인했다.

이 법에 따르면 고용주들은 가사노동자들에게 매달 말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1주일에 최소 하루, 1년에 3주 의무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또 고용계약이 종료할 경우 최소 3주분의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법은 이 밖에도 18세 이하, 60세 이상의 외국인을 가사노동자로 고용할 수 없도록 했다.


새로운 법은 가사도우미, 보모, 요리사뿐 아니라 청소부와 정원관리사에게도 적용된다.

카타르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예계약' 논란이 계속되자 이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처음으로 내놨다.

카타르는 인구 190만 명 중 국적자 25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해외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나라다.

하지만 '카팔라'라고 불리는 외국인 근로자 후견인 제도로 인해 카타르는 국제 인권단체로부터 노동자의 신분을 노예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팔라는 카타르에서 장기간 일하는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거주 비자를 받기 위해 현지 고용주가 인적 보증을 서는 제도로, 이직·이사·출국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카팔라 제도에 따라 해외노동자들이 주당 100시간을 일하거나 여권을 물수당하고,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빗발쳤다. 또 일부는 물리적·성적 학대를 당하기도 했다.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수백명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항의하며 카타르 도하의 필리핀 대사관으로 피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인도네시아가 지난 2015년 카타르 등 21개 중동 국가로 가사노동자 파견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에 카타르 정부는 지난해 카팔라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지만, 가사노동자들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카타르에 있는 수만 명의 가사노동자가 비로소 법으로 노동권을 보장받게 됐다"며 "카타르는 강한 집행 기구를 통해 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