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이주노동자 40% 시대의 인권을 묻는다[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7.10.02 11:40

지난 기고글에 이어, 바다에 붙잡힌 이주어선원들이 겪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과 <이주 어선원 인권 개선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나온 여러 개선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이주어선원이 겪는 인권침해의 성격을 정의하기 위해서 한국이 2015년에 비준한 팔레르모 의정서의 제3조 인신매매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착취의 목적을 위해서 협박이나, 폭력이나 다른 강제력을 사용하거나, 납치하거나, 사기하거나, 기망하거나, 권한을 남용하거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는 등의 수단으로, 사람을 모집하거나, 운송하거나, 이동하거나, 숨기거나, 인수하는 등의 행위

지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송출업체는 노동착취의 목적으로 이주어선원의 연약한 혹은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거나 이들을 기망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해서, 이주어선원을 모집하고 이동하는 행위를 하였다. 선주 혹은 송입업체 역시 노동착취를 목적으로 이주어선원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여 이주어선원을 이동하고 인수하는 행위를 한 것이기에 이주어선원들은 단순한 인권침해를 넘어 인신매매에 해당할 여지가 높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하다면 이에 대응하는 제도적 해결책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제도가 부재하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몇 가지 제도적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선원법 제68조 제1항 제2호 및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등에 근거하여 원양어선원과 20톤 이상의 연근해어선원에게 적용되는 선원법엔 노동시간, 휴게시간, 초과노동수당에 관한 규정 등이 있다. 하지만 20톤 미만의 연근해 어선원은 노동시간, 휴식(휴일, 휴게)규정이 농축산업과 동일하게 어업에 적용되지 않아서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임금체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원양어선원과 20톤 이상의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들의 최저임금 자체가 한국인 어선원과 차별적으로 정해지고 있다. 20톤 미만의 연근해 어선원을 포함한 모든 어선에서는 보합제(어획량 대비 구직자 기여도에 따라 인원수로 비율 안분하는 임금 구조)가 한국인 어선원에게만 적용되고, 이주어선원은 배제되기 때문에 임금차별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선원법,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모두 국적에 따른 차별이 금지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버젓이 합법적 임금차별이 관행처럼 내려져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출입국관리법과 여권법에서는 계약 이행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 등 개인신분증을 압수하는 것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실제로 많은 이주어선원들이 여전히 개인신분증을 선주나 업체에 강제로 보관하게끔 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주 어선원 인권 개선을 위한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해양수산부나 수협에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담원의 숫자가 매우 적고 통역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어선원들이 선주로부터 받은 학대에 대해서 해수부, 수협, 해경, 경찰 등에 신고를 해도 제대로 해결되는 경우가 없었다는 인터뷰 결과도 있었다. 

2013년 베트남출신의 어선원이 입국한 뒤 3개월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동안 한국인 어선원들로부터 받은 폭행과 차별 그리고 임금체불이었다. 베트남선원은 한국인 어선원들로부터 발과 주먹과 생선과 생선을 담는 통 등으로 폭행을 당하였고 처음 두 달 치 임금은 아예 받지도 못했다. 그는 선장, 선주, 수협, 송입업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배에서 내리자 선주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탈신고를 하였다. 

이주어선원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자신은 이탈을 한 것이 아니라 폭행과 임금체불을 당했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을 하기 위해서 배에서 내린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출입국관리 공무원은 이주어선원의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선주가 이탈신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한 달이 조금 넘은 뒤 송입업체가 이주어선원에게 사업장변경을 해준다고 하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같이 가자마자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외국인 구금소에 구금이 되었다.

<법집행 당국의 인권침해 피해자 식별 실패 사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국내외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오양75호 사건 이후 한국국적 원양어선의 인권실태를 개선하라는 압박에 2012년 정부에서는 ‘외국인 선원 근로여건 및 인권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연근해 이주노동자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를 해수부나 수협중앙회를 대상으로 냈고 수협중앙회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2013년에도 해양수산부가 ‘연근해어선 승선 외국인 선원 근로여건 개선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별다른 변화 없이 이주어선원들의 인권침해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이 문제해결방안을 제언한 내용 중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이주어선원 도입창구의 일원화방안이었다. 원양어선의 경우 송입업체, 연근해어선의 경우 20톤 미만은 산업인력공단, 20톤 이상은 수협중앙회가 맡고 있는 지금의 체계를 하나의 공공기관으로 일원화하여 중간업체의 숫자를 줄이고 관리비용도 감소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서 공공성, 전문성, 자격기준에 따라 현재 기관별 강약점을 비교하여 제시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선원이주노동자 문제해결의 핵심과제로, 이미 전체 선원노동자의 40%를 넘어섰고 더욱 확대될 선원이주노동자들을 이 나라 어업을 지탱해주는 핵심노동력으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노동조건을 갖추어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본인이 실제로 선원이주노동자 수백 명을 상담한 사례를 토대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였다. 신분증 압류의 경우 “어떠한 이유로도 신분증 압류행위 금지”로 해양수산부의 지침을 변경하고 출입국관리법, 여권법, 형법상 절도죄 등의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금체불의 경우 사전 예방을 위한 근로감독 강화는 물론이고 이주어선원노동자들에게 해당되지 않는 소액체당금제도(400만원 한도의 정부임금체불보증제도) 등을 도입하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였다.

18일부터 국회 앞에서 이주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이주어선원뿐만 아니라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임금차별을 강화시키고 있는 근로기준법 63조의 폐지와 이주어선원들에게도 국내노동자와 동일한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법적제도를 개정할 것도 요구하였다. 아울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선원이주노동자들의 노조가입률이 0%에 불과한 것을 지적하고 선원이주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노동조합이 발 벗고 나설 필요가 있음도 강조하였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다시 산업연수생제도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거나 이주노동자에게는 차별적인 최저임금을 줘도 된다는 망발을 일삼아서 이주단체들이 거센 항의를 하고 기자회견까지 진행한 바 있다. 국회 앞에서는 이주단체들이 돌아가면서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도입하라는 1인시위도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대명절인 추석 열흘에 가까운 연휴가 이어지지만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에 돌아가기는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계속 해야만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농수산품들이 우리 추석 제사상에 올라올 때 한번쯤은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이 “일 많고 힘들어, 그런데 돈 적어, 이마저도 제때 안 줘, 여기에 욕하고 때리기까지 해”라며 잡은 물고기들을 먹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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