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2018년도 외국인력 도입∙운용계획을 비판한다.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실효성 있는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개선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지난 12월 22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제25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18년도 외국인력 도입∙운용계획」,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취업 방지방안」, 「농업분야 외국인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방안」등이 확정되었다. 2018년 외국인력 도입 운용계획은 17년도와 동일한 5만 6천명으로 결정되었다. 문제는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취업 방지 방안에서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이 왜 미등록체류가 되는지에 대한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오로지 단속인력을 대폭 강화하는 등 살인적인 단속 일변도로만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관계부처간 미등록체류자 정보 등을 공유하고 합동 단속 기간도 기존 20주에서 22주로, 단속인원도340명에서 4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지난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악으로 인해 최대 9년 8개월로 체류기간이 제한된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체류기간 만료 즉시 전수관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등록체류율이 높은 송출국가에 대해서 국가별 외국인 도입규모 결정시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수원에서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에 의한 이주노동자 집단 폭행사건, 7월 4일 경주공단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울산출입국 단속반의 토끼몰이씩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6m아래 펜스로 추락한 사건 등 올 한해에도 출입국의 집중단속으로 인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살인적인 강제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오로지 단속만이 능사라며 더욱 단속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등록을 만들어내고 있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만 이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사업주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사업장을 바꿀 수 없는 고용허가제도와 자의적 출입국 규제가 끊임없이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집중단속이 심해질수록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음지로 숨어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인권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체류자격을 회복할수 있는 방안과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만 장기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건설업 불법고용 하도급자”와 “원도급자”에게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 등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주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고용주들이 위험부담을 이유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구실만 할 뿐이다. 결코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아니라 건설업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

 

한편 최근 국회토론회도 열리고 2017년 가장 뜨거운 이주노동자 이슈 중에 하나였던 농업분야 이주노동자 노동환경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방안들이 확정되었다. 정부는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신규외국인력 배정이 중단되고 자율개선기간 내 숙소를 개선하지 않는 경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도 허용된다고 한다. 또한 올해 2월에 시행된 이주노동자 숙식비 지침보다 과도하게 공제를 하거나 자국어로 된 서면동의서 없이 숙식비를 사전 공제하는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고 한다. 이주노동운동진영에서 몇 년 동안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일부 개선된 내용이 방안에 포함되었지만, 문제는 정부방안대로라면 비닐하우스만 기숙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닐하우스 외에도 컨테이너와 같은 임시거주시설에 숙식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얼마 전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공장의 컨테이너 기숙사 화재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보여주듯, 열악한 주거시설 문제는 농업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포함한 이주노동운동진영이 올초부터 꾸준히 이주노동자 숙식비 강제징수지침에 대해서도 폐기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전혀 폐지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혀왔다. 통상임금의 최대 20%까지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는 지침 기준은 전혀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들의 부담을 정부가 합법적으로 완화시켜주는 꼴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의 자국어로 작성되는 서면동의서 역시 철저하게 을의 위치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서면동의서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올 한해에만 적지 않은 숫자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돼지농장에서 똥을 치우다가 가스중독으로 사망한 네팔노동자 故 테즈 바하두르 구룽씨,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한 스트레스와 건강악화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노동자 故 께서브 스레스터씨, 가족의 병원비를 보내기 위해 12시간 주야간 맞교대를 했던 필리핀 노동자 故 다요 크리스티앙 구인또씨, 한국인 남성동료로부터 성폭행을 피해 저항하던 과정에서 살해된 태국노동자 故 추티마씨 등 한국 정부의 인종차별적 탄압, 장시간 고강도 저임금 노동, 사업장변경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도 등이 이주노동자들을 계속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자임하면서 당선된 문재인정부에서 이주노동자의 처우는 개선될 것인가? 얼마전 발표된 제3차외국인정책기본계획 초안과 몇가지 지침개정을 살펴보더라도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정책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있는 정책들 역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근본적인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개선은 현재로서 전망이 매우 어둡다.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말라! 허울 좋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2018년도 외국인력 도입∙운용계획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개선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2017년 12월 29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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