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노동 실태]<하>전담 근로감독 제도·교육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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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따로 노는' 법과 현실 개선해야 

노동계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취약계층이 저임금과 인권 침해로 고통받는다고 분석했다. 

아르바이트 청소년과 이주노동자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인식도 노동 착취를 부추기고 있다. 

노동인권에 대한 지식이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체계가 미흡하고, 그들의 권리와 문제점을 살피는 노동당국의 전담 부서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법의 처벌 규정이 미약한 점도 사업주의 불법 행위 만연을 키우는 배경으로 제기된다. 

연소자로서 특별한 보호를 받거나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할 청소년과 이주노동자들이 함부로 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보완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진재영 노무사는 "청소년을 고용하는 일부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노동 착취를 일삼는다. 그 이유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법령 개정, 노동당국의 상시적인 근로 관리·감독, 전담 부서 설치 및 감독관 증원이 시급하다.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사전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청소년들이 노동인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점을 악용하고,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태도가 곳곳에 퍼져 있다. '노동법을 어겨도 벌금·과태료를 내면 된다'는 인식도 문제다.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해 의무적으로 노동인권 관련 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찾고 주체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인들의 노동 현실을 개선하려면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리는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사업장 이동 제한 등)을 폐지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주노동자들을 소중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사업주들에게는 노동법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도 교육할 필요가 있고, 외국인들에도 노동당국 차원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자국의 언어로 번역해 불법 행위에 대처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연주 노무사도 "노동당국과 법원은 임금 체불에 관대하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알바 노동자 4767명에게 4억1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던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대표이사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 체불 피해자가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하고 난 뒤 사업주에게 돈을 받으면, 근로감독관은 진정인에게 처벌 의사를 물으며 취하서를 제출하라고 한다"며 "감독관은 진정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 위반 사항을 처벌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쳐 지급명령을 내려야 한다. 강력한 처벌이 선행돼야 이 점을 악용하는 사업주가 줄어들 것이다. 또 사업주들이 취약계층을 함께 일하는 동반자와 가족으로 생각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수희 광주시교육청 안심알바신고센터 상담사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 법규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장은 관련 신고와 상담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최근 이슈가 된 담양 숯불갈비집도 2015년과 2016년에 일했던 청소년들이 억울함을 호소했었다"며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상담사는 "민관이 취약계층의 노동인권을 개선하려는 실천을 이어가고, 행정·노동당국의 전담 기관·부서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계층이 억울한 노동 조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전반적 대응체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 강석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의 노동 여건이 가장 열악한 이유는 차별과 탄압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법적 자문과 인권·노동권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해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권리 알고 일하자'

3일 광주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노동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청소년 노동자는 '임금, 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받아야 한다. 

고용주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한다면, 근로계약의 조건과 실제 근무한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청소년 노동자는 하루 7시간, 주당 40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 

최저임금 기준에 따라 정해진 월급날에 급여를 직접 받아야 한다. 연장·야간·휴일 근로는 정상 급여의 150%를 받을 수 있다. 

사업주가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지급했다면, 3년 안에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만큼의 돈을 추가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근로계약 당시 작성한 근로계약서와 임금 체불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고용노동부에 신고(진정)하거나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가질 수 있다. 생리휴가도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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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도중 다쳤다면 산재보험법·근로기준법에 따라 치료·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치료 기간이 4일 미만으로 산업재해로 보상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로부터 직접 보상받아야 한다. 

1년 이상 일한 뒤 퇴직한 때에는 퇴직금(1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한 경우 미적용)을 받아야 한다.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는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나 광주시 청소년 노동인권센터(1588-6546)로 신고하면 된다. 광주시와 시교육청에서 발행한 노동상식 지침서의 내용 등도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들도 임금 체불 등의 고충에 처할 경우 광주외국인력지원센터나 지역 노무법인에 연락·방문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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