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나누며] "외국인 200만명 시대… 조화로운 공존정책 추진"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 외국인 체류 10년새 2배 늘었는데 / 정부 인적·물적 인프라는 태부족 / 민관거버넌스 구축해 정책 논의 / 국익·외국인 인권 존중 균형 추구 / 난민 신청자도 올해 1만명 육박 / 정책환경에 큰 변화 온 것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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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4 18:08:35      수정 : 2017-12-24 21:51:42
법무부 차규근(49·사법연수원 24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체류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우리 국민과 외국인이 갈등 없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차 본부장은 지난 20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 본부장은 “국민과 외국인 간 갈등의 요인은 재정문제가 크다”며 “외국인에게서 나온 돈으로 가칭 ‘이민통합기금’ 또는 ‘사회통합기금’ 제도를 만들어 이들과 관련된 행정 등을 지원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면 우리 국민의 거부감이 훨씬 줄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어 “제3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라며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 각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관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인권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민정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국익과 외국인의 인권 존중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우리가 외국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그 나라에 가 있는 한국인의 인권이 잘 보장되고, 국제적 위상도 제고될 것이다. 그렇다고 외국인의 인권만 중시하고 국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법무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지난 2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인에 대한 문호) 개방으로 국내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외국인 증가에 따른 갈등도 막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그는 2006년부터 5년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적·난민과장을 지낸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법무부의 ‘탈검찰인사’ 방침으로 지난 9월 본부장에 취임했다. 차 본부장은 난민과 관련해 “한국은 1992년에 난민협약에 가입해 94년 7월부터 난민신청을 받았다”며 “2007년 누적 난민신청자가 1000여명 수준이었는데 올 10월 기준으로 전체 누적 난민신청자가 3만명을 돌파하는 등 급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신청자 수가 7500여명이었고, 올해는 1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정책환경에 큰 변화가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력이 신장된 우리나라에 외국에서 온 이주민이 많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불안한 국제정세가 영향을 준 측면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치안이 안정되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 본부장은 체류 외국인에 대해 “2007년 장·단기를 포함해 100만명이었는데 올 11월 말 현재 체류 외국인은 213만명으로 집계됐다”며 “10년 사이에 외국인이 100만명이 늘어나는 미증유의 현상이 일어났는데도 정부의 인적·물적 인프라는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외국인에게 온정, 포용을 보였던 우리 국민이 이주민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일자리가 잠식되며 경쟁대상이 되자 이들에 대한 반발과 경계심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건설현장을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차지하는 실정”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경남 김해공항의 경우 최근 출입국자 수가 급증했는데도 직원이 충원되지 않아 연가를 사용 못하고 식사도 제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여직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유산과 불임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외국인 보호소가 화성, 청주, 여수 3곳에 있다”며 “부산에서 단속된 불법체류자를 여수까지 호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등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어 경남권에 외국인 보호소 설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국회 심의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예산이 전액 삭감돼 출입국·외국인 본부 공무원 50명 증원이 무산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차 본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12월 1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무사증입국을 허용하고 있다”며 “최근 5년 이내 비자를 발급받아 정상적으로 출입국했거나 올림픽 입장권(20만원 이상)을 소지하고 입국하는 관광객, 중국 공무보통여권 소지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5일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법대 1학년 때인 1986년 전태일 열사 추모식에서 친구와 함께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영등포구치소에서 4개월간 구속돼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고, 이듬해 6월 항쟁으로 사면·복권이 됐다. 

1992년 사법시험에 20위권의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나 부모님이 원하는 법관 대신 변호사 길을 택한 그는 “판사를 했으면 법무부에서 근무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변호사 시절엔 ‘한센병 지원 변호사단’ 일원으로 소록도에 가서 활동하기도 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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