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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이 초래한 2015년 유럽 난민 사태

2015년 유럽을 강타한 난민 사태의 영향은 전세계적으로 뚜렷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에서 백만 명의 난민이 걸어서, 또는 배를 타고 에게 해를 거쳐 유럽 대륙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터키는 이미 200만 명, 레바논은 100만 명, 그리고 요르단이 10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유엔이 난민수용시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식수와 식량이 부족해지자, 많은 난민들은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지는 유럽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시리아는 내전에 휩싸여 있었다. 독재자 아사드의 정부군은 시리아 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사드는 자국민들의 희생 가능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군을 몰아낸다며 민간인들에게 유독가스를 살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은 유독가스 사용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이후 이 입장에서 물러났다.

이것은 시리아에 군대를 보내거나 아사드 정부군을 폭격하겠다던 미국의 개입정책이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개입을 철회하자, 푸틴 대통령은 매우 기뻐했다. 푸틴의 입장에서는 다마스쿠스의 지도자인 아사드를 지원함으로써 지역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보하여 이를 통해 지중해에 대한 접근권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난민 사태의 전개 또한 러시아 지도부를 기쁘게 했다. 왜냐하면 난민 사태는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 지역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사드는 자신의 악랄한 게임을 함께할 동지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난민들은 발칸 반도를 거쳐 유럽의 심장부를 향해 이동하다가 2015년 늦여름 헝가리에서 발목이 묶였다. 이 비참한 피난길에 오른 다수의 난민들이 최종 목적지로 생각한 곳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독일이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법률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자의적으로 난민 수용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오히려 난민들이 어느 국가든 일단 도착하면, 유럽연합의 구체적인 합의내용에 따라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재배치될 때까지 반드시 해당 국가에서 등록을 거친 후 체류해야 한다. 시리아 내전 발생 전에는 대부분의 난민이 아프리카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위험한 경로를 통해 유입됐다. 이들은 보통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통해 들어왔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모두 자국을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여기기 때문에, 해안경비대를 통해 효과적으로 자국을 방어하는 것은 이들 정부의 주요 목표였다.

시리아 내전의 경우, 유럽연합의 관례에 따르면 다른 국가들이 난민 수용 할당량을 받기로 합의하기 전까지는 그리스가 1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나치게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난민 이동경로에 위치한 국가들은 난민들이 중유럽, 특히 대다수가 헝가리에서 발목이 묶일 때까지 이들의 통과를 허용했다.

난민 문제에 사분오열한 유럽과 극우정당의 부상

그때까지 2015년 한 해 동안 매달 8만 명 가량의 난민들이 독일로 유입되고 있었다. 8월 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헝가리와 이동경로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모든 난민들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약 25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독일로 유입되는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고 표현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았다.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시리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독일로 피난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난민 중 일부는 다른 이름으로 여러 번 등록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시리아가 아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물론 통역가들은 이 차이점을 눈치챘지만, 이 또한 시간이 걸렸고, 법률에도 누구든 일단 입국하면 망명을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따라서 본국으로 보낼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독일 총리의 난민 수용 결정의 여파로, 지난 2017년 9월 총선에서 새로운 우익정당이 13%의 득표율을 달성하며 급부상했다. 일부 지역에서 이 정당은 20에서 30%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우익정당이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한 것이다.

독일뿐만이 아니다. 이제 오스트리아 연립정부에는 우익정당이 입각해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 총리는 극우정당 소속이다.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거의 모든 유럽 국가의 의회에는 우익, 심지어 극우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유럽은 난민 문제와 그 대응방안을 두고 사분오열하고 있다.

유럽은 과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에 인권을 명시하는 등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유럽이 이들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의 모든 교구와 수도원에 시리아 일가족을 받아들여줄 것을 호소했다. 인구의 대다수가 가톨릭 신도인 폴란드와 헝가리같은 국가의 정부는 교회의 난민 수용 요구에 반대하면서 동시에 유럽은 기독교 대륙이기 때문에 무슬림 이민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대 그들"... 배타적 민족주의가 부른 ‘난민 공포증'

오늘날 유럽에서는 무슬림 국가의 이민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2015년 난민 사태 당시의 미숙한 대응,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슬림과 같은 이질적인 집단에 의해 유럽의 가치와 정체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난민 공포증'의 결과다. 현 시점에서 이 ‘난민 공포증'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국가들도 여전히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세계 추세는 고립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타인을 배척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대결 구도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우월하고, 다른 집단은 열등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포퓰리스트 지도자와 독재자들이 사용해 온 매우 오래된 수법이다. 이러한 수법을 사용하는 이들의 의도는 지배계층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유럽에게 ‘그들’은 무슬림이고, 미국에겐 멕시코인, 그리고 무슬림 세계에서는 기독교도나 서양인이 ‘그들’에 해당한다.

과거 민주주의 국가였던 터키의 경우,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인이려면 무슬림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푸틴 대통령은 ‘서양의 퇴폐성'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 정교회를 지지한다. 인도에서는 인도가 힌두교의 국가라고 주장하는 민족주의 정부가 무슬림을 배척하고 있다.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생각하는 중국의 정체성이란 유교민족주의다.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난민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유럽이 난민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현재 대다수 유럽인들은 “시리아 내전 때문에 생긴 난민을 한 번 돕는 건 괜찮지만 우리의 역할은 거기까지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21세기에 우리는 기후 변화와 세계 곳곳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 더욱 더 많은 난민들을 보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 타이완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앞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 어떤 국가나 섬, 반도도 어떻게 인도주의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대할 것인지, 그리고 고령화되는 이들 사회에서 이민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다룰 것이냐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기고 : 알렉산더 괼라흐
번역 : 임보영

알렉산더 괼라흐는 하버드대 F.D. 루즈벨트 재단의 ‘민주주의 수호(In Defense of Democracy)’ 프로그램 소속 교수이자, 카네기 국제윤리위원회(Carnegie Council for Ethis in International Affairs) 선임연구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예술, 사회과학 및 인문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in the Arts,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괼라흐 교수는 언어학과 비교종교학 박사로 뉴욕타임스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에 칼럼을 기고한다. 그는 토론잡지 ‘더 유로피안(The European)’ 창간자이자 온라인 잡지 ‘Save Liberal Democracy’의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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