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농부] ③ '깻잎 한장 따면 3원?'…인권침해 등 문제 외면 말아야

제도 개선 목소리 비등…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 절실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찬반 논란이 있지만 외국인 농부 수입은 농촌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농번기에는 외국인 농부가 없으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적은 임금으로 건장하면서도 젊은 농부를 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농가 반응도 매우 좋은 편이다.

이제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임금체불, 인권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 도입 초창기 계절 근로자제,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정착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경우 영농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3년 남짓밖에 안 됐다.

인원도 3년여간 1천 명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내 체류 기간도 3개월 이내로 짧다 보니 아직 이렇다 할 사회적 문제로 비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국인 근로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법무부가 농어촌 자치단체의 요구에 따라 허용 인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만큼 앞으로 여러 형태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 노동부와 인권단체 등은 확대 시행을 반대하는 등 부정적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가뜩이나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일자리 부족이 더 심각해질 수 있고, 한국어 소통능력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이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농어촌에 단기간 체류하다 보면 인권침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노동부는 특히 근로시간 책정, 임금 수준, 임금 지급 방식 등에서 노동법 위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임금을 매달 주지 않고 출국할 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체류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약속의 표시로 2천만원의 담보금을 내놓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다만 주로 결혼 이민여성의 친정식구를 계절 근로자로 불러들일 수 있도록 해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이주여성이 친정식구인 계절 근로자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이주여성과 고국 가족이 별도 비용 부담 없이 상봉할 수 있고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다.

◇ 고용허가제 악용한 인권침해 여전…대책 마련 서둘러야

문제가 심각한 쪽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했거나 불법 체류하며 농사일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다.

밀양 깻잎 농장 외국인 근로자 숙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밀양 깻잎 농장 외국인 근로자 숙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사회 문제가 됐던 경남 밀양의 깻잎 농장이다.

이 농장주는 캄보디아 국적 쓰레이텅(24·여)씨와 동료들이 깻잎 한 장을 따는 데 3원씩을 주는 살인적 노동과 저임금을 강요했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새우잠을 자도록 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야외 간이 화장실과 온수가 나오지 않는 샤워실을 쓰게 하면서도 1인당 월 20만∼30만원의 주거비를 뜯어냈다.

이 농장처럼 한겨울에 난방시설도 없는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로 쓰도록 했다거나 늦은 밤까지 휴일도 없이 일을 시키고는 최저임금 수준만 줬다는 고발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2018년 외국인력 도입·운용계획'을 확정하며 특별히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정부는 '농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방안'에서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신규 외국인력 배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침에서 정한 것보다 과도하게 숙식비를 공제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자국어로 작성된 서면 동의서 없이 숙식비를 사전 공제하는 경우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허가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용허가제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 규정이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3년간 회사를 최대 세 번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 승인이 있거나 임금체불과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차별과 강제노동,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의 노동 착취 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이주·인권·노동 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도 이런 이유로 고용허가제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단체들은 정확한 임금 산정을 위해 급여명세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상습체불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며 임금체불 보증보험금을 현실화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 "준비 안 된 농촌 오히려 문제 소지 커" 우려 목소리도

글로벌 시대에 접어든 만큼 외국인 농부를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이웃으로 품을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의 장동만 사무국장은 "농촌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되고 있어 사실은 도시의 산업 현장보다 훨씬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농어촌의 특수성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더욱 꼼꼼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국장은 이어 "농촌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데다 고령화가 심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종차별 의식이 더욱 강할 수 있다"며 "그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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