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등록 이주아동의 현실, 더 이상 눈감을 수 없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어린이들은 엄마·아빠와 함께 모처럼 마음 넉넉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 상당수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더 쓸쓸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빠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현우(9·가명) 역시 마찬가지였다(경향신문 5월4일자 1면 보도). 현우 아빠는 몽골 국적으로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현우가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강제추방돼 본국으로 돌아갔다. 

법무부 출입국 기록상 만 18세 미만 미등록 이주아동은 지난 2월 현재 2895명이지만, 현우처럼 국내에서 태어나 출입국 기록에 남지 않는 아이들은 이 숫자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단속과 강제퇴거 우려 때문에 출생신고 및 외국인등록 등을 하지 못한 국내 출생 이주아동은 2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어린이로서 받을 수 있는 법적인 보호와 혜택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다. 보육원에서 의료급여나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도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사회복지 관련법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동’만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그간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보호조치가 필요한 무국적 및 외국 국적, 미등록 아동들에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했고, 법무부도 이주아동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체류자격이 없더라도 최장 15세 또는 중학교 수료 시까지 학생과 그 부모의 강제퇴거 집행을 유예한다는 지침을 2013년에 내렸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데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실질적인 보호효과가 없다는 것이 관련 단체들의 지적이다.

가장 원천적인 문제는 이주아동들에게 출생등록의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가족관계등록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출생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탓에 의료·교육·복지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 한국은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실행은 하지 않고 있다. 

현우가 요즘 몽골어를 배우는 이유가 가슴을 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지만 엄마 역시 불법체류 상태여서 언제 몽골로 추방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아동이 최소한의 보호와 권리 속에 살아가도록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한다. 아이들이 ‘있지만 없는’ 상태로 방치되는 현실에 더 이상 눈감고 있을 수는 없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062045015&code=990101#csidxd48f4bb1c1763a4b4020ef9ad75cd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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