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한 곳인 뉴질랜드 남섬의 ‘정원도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두 곳에서 백인 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쏜 총격에 의해 50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페이스북 등에 공개된 학살 순간은 참혹하고 잔인하다. 마치 게임을 하듯 사람들을 향해 총격을 퍼붓고 울부짖는 시민을 향해 확인사살을 가했다. 2011년 7월 노르웨이 우퇴위아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년캠프’에 참석한 청년 77명을 숨지게 한 아네르스베링 브레이비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테러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학살은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와는 성격이 다르다.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한 이민자 상대 무차별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태런트도 “침략자로부터 백인들의 땅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민자 천국인 뉴질랜드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슬람사원 2곳을 공격한 것이다.

뉴질랜드는 전체 인구의 20%가 이민자다. 내년부터는 연간 난민 수용 쿼터를 현재의 10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기로 한 나라다. 

우리나라에는 30만 다문화가구가 살고 있고, 등록된 외국인 수만 11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국무부의 ‘2018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이주여성과 다문화자녀에 대한 가정폭력이나 또래 차별이 큰 나라다. “2017년 다문화 학생 10만9387명 중 1278명이 편견과 따돌림, 폭력 등으로 학교를 그만뒀다”는 교육부 보고서도 있다. 태런트 학살이 알려진 17일에도 성희롱 피해와 차별을 고발하는 ‘이주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인종과 국적,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자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오는 21일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이민자들은 뉴질랜드를 고향으로 선택했고, 이곳은 그들의 고향이다. 그들은 ‘우리’다”라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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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172031015&code=990201#csidxb19b2b006846451ab11a971841ea4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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