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받아야 할 사람은 트럼프가 아니라 이주민들이다.

인종주의 · 반이민 정책 강화의 원흉 트럼프를 규탄한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한국에 온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다.

트럼프는 전세계적인 인종차별의 아이콘이다. 트럼프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반()이민 정책들로 수많은 이주민들을 고통에 빠트려왔다.

며칠 전 미국 국경을 넘으려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국적의 두 살배기 딸과 그 아버지의 사진이 전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 비극은 미국판 쿠르디로 불리며 트럼프의 이주민 정책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보여주었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시행한 무슬림 입국 금지행정명령 대상 7개국은 모두 주요 난민 발생국이다. 2017년 기준 전세계 난민 비중 1위 시리아, 3위 수단, 5위 소말리아가 모두 포함돼 있다. 그 외의 예멘, 이라크, 이란, 리비아도 모두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이 개입해 쑥대밭으로 만들거나 난민 발생에 책임이 있는 나라들이다. 미국 대외정책의 희생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고 무슬림 혐오를 조장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미등록 이민자의 아동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격리시켜 보호시설로 넘긴 일이 대중적 공분을 샀다.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의 국경 구금시설에서 과테말라 출신의 7, 8세 아동 2명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저임금 이주노동자 때문에 임금이 낮아지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밀어붙인 바 있다. 경제위기, 미국 기업주들과 지배층의 탐욕이 낳은 실업과 복지부족의 책임을 이주민 탓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지난주에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기여한 것이 없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며 법개정을 통한 임금 차별을 추진하겠다는 막말을 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세계 최강대국 수장이 이런 막말을 매일 같이 쏟아내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까지 하니 그 영향력은 비교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국경장벽 강화는 단지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종주의적 극우파를 고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들이 집권하거나 연정을 구성하고,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상당한 득표를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주민을 배척하는 인종차별을 부추기며 성장했다.

한국도 여기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반대 세력이 난민 때문에 유럽이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던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럽 극우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그들은 금세 이주노동자와 전체 이주민을 비난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이런 일각의 반이주민 정서를 명분삼아 단속추방 강화, 고용허가제 지속, 난민법 개악 등 인종차별적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명자 수가 고작 수십에서 수백 명에 불과한 반다문화 청와대 청원들을 사례로 제시하며 다문화가족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의 집권은 인종주의를 고무했지만 동시에 그에 맞선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하자마자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들은 이런 반발에 직면해 순탄하게 추진되지 못하거나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지난 64일 트럼프가 영국을 방문하자 런던에서 수만 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트럼프는 가는 곳마다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주의 반대, 이민자 연대 운동을 지지하며 그 흐름을 한국에서도 이어갈 것이다.

트럼프는 이주민뿐만 아니라 여성·소수자의 권리도 공격하고 세계 곳곳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환대받아야 할 사람은 이런 트럼프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며 기여하고 있는 이주민들이다. 인종주의 확산·강화의 원흉 트럼프를 강력히 규탄한다!

 

 

2019628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 단속추방반대! 노동비자 쟁취!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경기이주공대위),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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