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어업 이주·내국인 노동자 장시간·저임금 노동 확대하는

민주당 오영훈 의원 근로기준법 개악안 당장 철회하라!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휴게, 휴일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더욱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안이 발의됐다. 이 개악안은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오영훈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축산어업을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축산어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갈수록 늘고 있는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들은 큰 고통을 겪어 왔다.

 

지난해 전국 22개 이주인권단체 및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1,461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61.2시간을 일하고 주당 휴일은 평균 0.7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오래 일하고도 월평균 임금은 약 167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이주노동자의 경우 주당 평균 노동시간 54.4시간, 주당 평균 휴일 1.3, 월평균 임금 약 200만원인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근로계약서 상에 나온 근로시간을 훨씬 초과해서 일하고도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이를 수차례 진정해도 고용센터들이 수수방관하는 현실은 근로기준법 63조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개악안은 근로기준법 63조 적용 대상을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경우에서 농업식품기본법과 수산업기본법에 따른 생산자 단체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선별, 세척, 건조, 포장 등의 처리사업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농협, 축협, 수협, 영농조합법인, 사회적협동조합 등이 운영하는 선과장,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미곡종합처리장, 도축장, 육가공 등의 사업에서 노동시간(52시간) 제한, 노동시간 도중 휴게시간을 주어야 할 의무, 연장 휴일근로에 가산임금을 지급 의무가 없어질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커녕 노동조건 후퇴와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더욱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개악안은 해당 업종에 특정 계절 및 지역에 일거리가 집중되어 단기간에 노동시간이 집약되는 특성이 있다며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기업주들에게 더 유연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려는 명분일 뿐이다. 정부는 이미 이런 계절적 수요를 명분으로 3개월 기한의 이주노동자를 농어촌지역에 들여오는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가, 최근 외국인 계절근로 장기체류자격 신설 추진이라며 체류기간을 5개월로 늘리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63조는 자연적 조건으로 근로시간을 일정하게 정할 수 없는 영역 때문에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농축산업은 시설재배나 산업화된 양계·양돈 등 자연적 조건에 별로 영향 받지 않게 되었기에 더 이상 63조가 유지될 이유가 없다.

 

이번 개악안은 최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이 오는 10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개악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 중에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시켜 합법 과로사를 낳고 연장근로수당도 제대로 못 받게 만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도 있다. 그런데 아예 이런 기준조차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층을 한쪽에서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는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더 끌어내리는 압력이 될 것이다.

 

지난 19대 대선 기간 이주공동행동이 각 후보들에 보낸 질의서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은 근로기준법 63조 폐지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근로시간 적용제외의 문제는 이주노동자 뿐 아니라 국내 노동자들의 문제이기도 함. 산업 및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해 최대한 적용제외업종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법적 개선을 해 나갈 것임.”

 

그런데 이제는 집권 여당의 정책위 부의장이 적용제외업종을 줄이기는커녕 늘리는 개악안을 발의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래 벌써 두 명이나 죽게 만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할 때마다 내국인 일자리 보호운운하더니, “이주노동자 뿐 아니라 국내 노동자들의 문제이기도 한 개악에 발 벗고 나서는 위선도 드러난다.

 

따라서 오영훈 의원의 개악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더 나아가 농축산어업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근로기준법 63조를 폐지해야 한다.

 

 

20191023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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