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45만명 넘어…‘혐오’로 번져가는 신종 코로나 공포

등록 :2020-01-27 21:05수정 :2020-01-28 07:33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박쥐 섭취가 감염증 원인’ 식문화 공격도
국내 자진 신고 확진자에도 비난
전문가 “입국금지 효과 크지 않아”…‘청와대가 적극 대처해야’ 목소리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서 확산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포가 번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 참여가 45만명을 넘기는 등 감염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인 포비아’로 반영되자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글을 보면, 최초 청원자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27일 오후 4시 45만2978명이 참여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언론에서는 ‘박쥐 섭취가 감염증의 원인’이라며 중국인들의 식문화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에 대한 혐오적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입국 금지 요구는 명백히 국적에 따른 혐오 행동”이라며 “위험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대신 특정 속성을 지닌 집단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식문화에 대한 공격엔 “특정 국가의 문화를 후진적이거나 불결하다고 여기는 감정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여름 6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독감이 남반구를 강타했을 때 국내에서 입국 금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과도 대비된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중국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아직 규명되지 않은 발생 원인 등이 중국에 대한 혐오 표현과 감정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국 금지 자체의 효용성을 두고도 논란이 인다. 말레이시아나 몽골 정부가 후베이성 쪽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 금지 조처를 발표하긴 했으나 국제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없었다. 2014년 캐나다가 에볼라 사태로 콩고민주공화국 국민의 입국을 막은 지극히 예외적인 사례가 있긴 하나, 당시 캐나다는 ‘인종차별적 발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인권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입국 금지 조처를 하는 국가는 흔치 않다. 입국 금지를 해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고 전례가 없어 효용성도 따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인이나 후베이성을 들른 이들이 제3국을 거쳐 입국하면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서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해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단계가 아니라며 “여행과 무역과 관련해 어떤 국경선 제한도 권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27일 “현 단계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 취한 조치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상희 교수는 “국가 간 혐오 감정이 강화되지 않게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갑 교수도 “중국뿐 아니라, 자진 신고한 확진자들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나오고 있는데, 질병의 확산을 막는 것은 당국의 몫이니 불필요한 혐오와 공포가 확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한겨레>는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관련 기사와 제목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당 감염증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명명한 바 있으며, 새로 발병되는 바이러스 이름을 붙일 때 불필요한 편견을 유도할 수 있는 특정 지역이나 동물 이름 등을 피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5828.html?fbclid=IwAR19jliYutTImC76hQiw_ZiNSrK-W8u9H0mSAlynkf9Lxzw3aPtj2fTd2jg#csidxdd26f17b5f0de1cbe97d958067d37d7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2070 비자에 발목 잡힌 외국인 계절근로자… 농번기 ‘일손 가뭄’
이주후원회
1228   2021-04-12 2021-04-12 13:06
비자에 발목 잡힌 외국인 계절근로자… 농번기 ‘일손 가뭄’기자명 양희문 입력 2021.04.08 지면 5면 댓글 0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SNS 기사보내기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  
2069 "종교·문화 이해 선행돼야" 대구지역 시민단체, 이슬람사원 갈등 해법 간담회
이주후원회
1234   2021-04-12 2021-04-12 12:56
"종교·문화 이해 선행돼야" 대구지역 시민단체, 이슬람사원 갈등 해법 간담회2021-04-08 20:56 8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대구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 간담회가 열리고 있...  
2068 외국인 전수검사가 쏘아 올린 뜨거운 공
이주후원회
1261   2021-04-12 2021-04-12 13:11
외국인 전수검사가 쏘아 올린 뜨거운 공 글 변진경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호수 707 승인 2021.04.07 02:23 프린트 URL복사 기사공유하기 글씨키우기 서울시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시행...  
2067 "아시안 혐오 확산, 흑인 폭력만 부각되면 또 다른 인종갈등 낳는다
이주후원회
1278   2021-04-12 2021-04-12 13:03
아시아인들을 향한 미국 내 혐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거리에서, 상점에서, 지하철에서, 예고없는 공격이 빈발하고 아시안의 분노와 공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대체 왜 지금 아시안일까? 일시적일까, ...  
2066 "20만원 줄게 같이 자자" 택시기사 '성희롱'...명백한 '인종차별·인권침해'
이주후원회
1284   2021-05-13 2021-05-13 11:07
"20만원 줄게 같이 자자" 택시기사 '성희롱'...명백한 '인종차별·인권침해'안동현 기자입력 : 2021-05-12 18:25 공유하기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웨이보 URL 프린트 글씨작게 글씨크게 성희롱 발언이지만…형사 처벌은...  
2065 [세상읽기] 외국인 코로나 전수조사 행정명령 소동의 단상
이주후원회
1312   2021-04-12 2021-04-12 13:07
[세상읽기] 외국인 코로나 전수조사 행정명령 소동의 단상기자명 인천투데이 입력 2021.04.09 18:51 수정 2021.04.11 07:59 댓글 0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SNS 기사보내기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  
2064 '매 맞고 짐 불타도'…속앓이만 하는 이주노동자들, 왜?
이주후원회
1397   2017-07-24 2017-07-24 10:59
'매 맞고 짐 불타도'…속앓이만 하는 이주노동자들, 왜?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작성 2017.07.22 20:42 수정 2017.07.22 22:15 <앵커>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속 앓이만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매 맞고 ...  
2063 최저임금 인상돼 이주노동자 급여 과도?
이주후원회
1432   2017-07-24 2017-07-24 11:00
최저임금 인상돼 이주노동자 급여 과도?일부 언론 보도에 시민사회 “왜곡” 규탄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 조장 멈춰야”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07-19 17:38:10 시민사회단체가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이주...  
2062 국민 61% "외국인 노동자, 대한민국 구성원 아니다"
이주후원회
1445   2018-01-10 2018-01-10 16:03
[뉴스 투데이] 국민 61% "외국인 노동자, 대한민국 구성원 아니다"재외동포재단 인식 조사 / 불황 등 영향… 부정적 인식 늘어 / 단일민족 혈통 훼손 우려는 줄어 입력 : 2018-01-03 18:13:26 수정 : 2018-01-03 21:41:36 지난...  
2061 노동부는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폐기하라
이주후원회
1448   2017-12-19 2017-12-19 14:53
노동부는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폐기하라공성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공성수 승인 2017.12.19 08:00 댓글 0 글씨키우기 글씨줄이기 메일보내기 인쇄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스토리 ▲ 공성수 공...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