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4주기에 즈음한 부울경 이주공대위 성명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환경 개선하라! 살인단속 중단하라!

 

250만명의 이주민, 그가운데 120만의 이주노동자가 우리의 삶터와 일터를 함께 일구어가고 있다. 그것도 가장 열악한 일터에서 가장 위험한 일들을 하며 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선주민과 이주민은 이미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렇지 않다. 인종차별적 정책과 혐오, 인간사냥 단속추방이라는 출입국관리체제, 강제추방을 앞둔 이주노동자들을 구금하는 외국인 보호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금지한 현대판 노예제인 고용허가제, 한국인의 6배가 넘는 산재발생률, 이주민이 배제된 코로나19대책,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5인미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제외 및 유예 등 헤아릴 수 없는 차별과 배제, 혐오가 이주민들을 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죽음을 넘나들며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211일은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14년이 되는 날이다. 27명의 인명피해를 냈던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와 바로 몇 달전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한파에 목숨을 잃은 속헹씨의 산재사망사고는 한국사회가 미등록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사건으로 문제가 불거질 때에야 비로소 무언가를 내놓지만 항상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살인적인 단속과정에서 크고작은 부상만이 아니라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는데도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단속추방정책은 유지되고 있으며, 외국인보호소를 통한 구금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자진출국제도를 통해 일시적 감축에 초점을 맞춘 미봉책이 더해질 뿐이다. 이번 숙헹씨의 사망사고로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 문제가 불거지자 노동부는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역시나 미봉책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시민사회가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며 요구했던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주거환경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임시가건물은 주거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소로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노동부가 2017년에 만든 임시주거시설에도 월 통상임금의 13%를 공제할 수 있도록 한 숙식비 제공지침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 종속시켜 강제노동을 시키는 현대판 노예제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주거환경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발생한 문제에 대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주거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단속을 피하려다 죽고, 안전보호구 하나 지급되지 않는 곳에서 일하다가 죽고, 농기계에 깔리거나 기숙사에서 불이나서 죽고,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얼어서 죽는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4주기를 맞이하는 현재에도 이주민들은우리는 죽기 위해 한국에 오지 않았다고 외친다. 이주민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는 이러한 외침이 끝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211일을 오늘도 기억하고 되새긴다. 우리는 자본의 이윤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차별, 배제, 혐오를 걷어내기 위해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실천할 것이다.

 

- 인간사냥 단속추방 중단하라!

-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하라!

- 강제노동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 이주민 노동안전 보장하라!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주거권을 보장하라!

 

 

202129

이주민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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