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국병원불자연합회와 반갑다 연우야가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펼쳤다.
 
“어디가 아프신가요? 언제부터 통증이 시작됐나요?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까 하루에 한 번씩 빠지지 말고 꼭 챙겨 드세요. 다음 의료봉사 때도 꼭 다시 오세요.”
지난 13일 서울 강북근로자복지관 1층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 한 무리의 의료진이 온화한 미소로 환자들을 대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치료에 앞서 환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온정을 전했다. 환자들의 아픔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주근로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치료를 받고 처방약을 받아든 환자들이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전국병원불자연합회(회장 류재환)와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 부설 불교의료지원단 ‘반갑다 연우야’(총단장 구자선)는 지난 13일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봉사를 실시하며 자리이타행을 실천했다. 고향을 떠나 이국의 근로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자비행이었다. 평소 빡빡한 노동시간과 생활 형편으로 인해 아프더라도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병불련과 반갑다 연우야가 펼친 의료봉사는 큰 힘이 됐다.
이날 봉사에 참가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는 20여 명. 의료봉사에서 앞서 진료소를 설치하느라 의료진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내과, 동서의학과, 한방과 진료를 비롯해 혈압 검사, 혈당 검사, 발마사지, 약제과 등 효율적인 진료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다. 봉사를 위해 서로의 역할을 분담해 환자들을 맞이했다.
진료소 입구에 마련된 접수대에서는 한창 예선이 진행 중인 남아공 월드컵에 맞춰 붉은색 티셔츠를 나눠 주며 월드컵 응원을 독려했다.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한국인과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작은 배려였다. 이주노동자들은 뜻하지 않은 티셔츠를 선물로 받고 즐거워했다. 티셔츠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붉은색 티셔츠로 갈아입은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돈이 없어 치료 못 받는 이주민 위해
 
내과 동서의학과 한방과 진료 비롯
 
혈압, 혈당 검사와 발마사지 봉사도
   
진료소 준비가 완료되자 이주노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이 없는 휴일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진료소를 찾은 이들부터 가족과 함께 진료를 받기 위해 온 이들까지, 아픈 곳도 진료소를 찾은 이유도 각각이었지만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만은 한 마음이었다. 통증이 심각한 환자들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허리나 어깨, 팔 등 근골격계 통증을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환자들의 약도 진통제 등 주로 근육통에 대한 약들이 처방됐다.
“자동차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얌(네팔, 26세)씨는 “친구로부터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진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오게 됐다”면서 “평소 시간이 없어 자주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여기서 진료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라만(방글라데시, 35세)씨는 “일하다 보니 계속 손도 저리고 허리도 아파 진료소를 찾았다”며 “무료로 침도 받고 응원 티셔츠도 받아 즐겁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류재환 병불련 회장은 “가벼운 질환은 현장에서 바로 진료하고 추가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병불련 소속 병원을 소개해 줘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인도, 티베트 난민촌 의료봉사나 부평 미얀마 선원 의료봉사 등과 같이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꾸준히 의료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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