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지를 단 살인자들, 제복을 입은 범죄자들'

   이주노동자 폭행·인권유린 수원출입국관리소 규탄 기자회견


이미 여러차례 물의를 빚은 적 있던 출입국관리소의 횡포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음이 또 한번 확인됐다. 이후 인터넷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면 또 한번 덮어놓고 넘어갈 뻔 했던 6월 9일 오후에 일어났던 사건은 지난 29일에야 보도됐다.

수원시 영통구의 출입국사무소 4층 외국인보호실에서 출입국 직원이 단속된 중국인 윤모(48)씨를 폭행했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나서야 출입국관리소 측에서는 윤씨 등이 단속 도중에 격렬히 저항을 해서 출입국 직원 한 명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는 등 다친 사람이 있었다며 이번 폭력사건에 대한 책임여부를 축소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에 폭행 사실을 뒤늦게 상당 부분 인정했다.

 "A씨가 윤씨를 폭행한 사실은 맞다", "연행 당시 윤씨가 (우리)직원들에게 깨진 병을 휘둘렀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무라다가 벌어진 일" 이라며 "연행 과정이라도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출입국)사무실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이렇듯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월 2일 오전에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던 수원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폭행·인권유린 수원출입국관리소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외노협 사무처장, 민주노총경기본부 본부장, 이주노동조합 위원장, 오산이주노동자센터 등이 참여했던 이번 시위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던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위에 참가했던 이주노동조합의 미쉘 위원장은 "불과 얼마전 인천출입국관리소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며 "도대체 언제가 돼야 출입국, 법무부, 정부는 이런 일들이 더할 수 없는 폭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탄식했다. 또한 "그들은 우리를 범죄자라 하지만 범죄자는 바로 그들 사이에 있다" "그들은 뱃지를 단 살인자들, 제복을 입은 범죄자들" 이라고 규탄했다.

시위 중간에는 짧게나마 이번사건과 외국인 노동자 차별에 따른 규탄을 위한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G20 정상회의'의 실질적 목적에 대한 의문이 수 차례 제기됐다. 이들은 이번 시위를 통해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당장 중단하고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과 이번 사건의 책임자인 수원 출입국 소장이 피해자 윤씨에게 사죄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어느 새 우리의 모습이 된 그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을 우월주의 정신을 떠올렸다. 이번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우선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가진 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한국 내 저변에 확대돼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사고를 포용할 수 있는 이가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다문화의 현주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자회견은 오전 11시부터 한시간가량 진행됐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결과까지 발표하려던 예정은 수원출입국관리소장이 최근 교체된 이유로 다음주로 연기됐다. 한편 출입국관리소 측에서는 이전 폭력사건 이후 '또 한번 폭력사건이 발생했을 시 단속을 중단하겠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고 한다. 이후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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