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멘토의 역할이 필요하다"

[인터뷰] 이주민센터 조은정 사무국장


올 3월부터 이주민센터에서 상근활동을 하게 된 조은정 사무국장을 만나 이주민센터의 활동과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해서 들어봤다. 조은정 사무국장은 "울산 조직노동자들,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 문제에 냉담하고 관심이 너무 없다. 최근에서야 신규 후원회원 중에 현대차노조 활동가가 몇 명 있었다. 조직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접촉할 기회가 있다면 와서 이주노동자의 친구도 돼주고 기숙사에 찾아가서 밥도 함께 먹고 또 자신이 사는 곳으로 이주노동자를 초대해서 한국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 '멘토(조언자, 상담자, 스승)'의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주민센터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

이주민센터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대안문화공간 페다고지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에 영화감상 모임이 있었고 이곳에서 전 사무국장 백선영씨를 알게 됐다. 백선영씨를 통해서 이주민센터에서 대해서 듣다가 한글교실 자원봉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과거 야학교사 경험도 있고 좋은 일 좀 하고 살자는 생각도 있었고 학생 중에 러시아 분도 있어 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여 작년 9월부터 한글교실 강사를 했다. 처음 한글교실 가서 만난 분이 키르키즈스탄에서 온 누르바슬 씨였다. 몇 마디 러시아어로 인사를 하자 무척이나 기뻐하며 반겨줬다. 나는 한글을 가르쳐주고 누르바슬씨는 러시아어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3명의 학생도 있었다. 

올 초에 백선영씨가 서울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센터를 그만두는데 센터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선영씨는 내가 운동경험도 있고 이주운동에 관심이 많다고 판단해서 제안한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 살다가 울산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영어강사를 하고 있었는데, 센터에서 일하게 되면 월급의 반이 날라가지만 한국에서 이주운동의 필요성에 평소 공감해온 터였다. 95년에 명동성당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슬농성'을 했고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었다. 이때 함께 연대하면서 만난 분이 네팔 노동자였는데 네팔 공산당원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결단하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모습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아직도 그 좋은 인상이 남아 있어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주센터 상근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

올 3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3월11일 몽골노동자 아무가 씨가 뇌사상태였다가 사망했다.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유족과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병원비와 장례비를 마련하러 아무가씨 회사 사람들과 접촉하고 김광식 소장님과 함께 회사 사장과 협상이 어느 정도 돼 3월15일 아침 유족과 함께 화장장에 다녀오고 나서 정말 온 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버리는 것 같았다. 

노동부 진정 넣으러 갔다가 직원들에게 조롱도 당하고 부딪히면서 실무를 배워나가고 있다. 전화 상담할 때는 의사소통이 잘  안돼 답답할 때가 있고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이주노동자와 함께 경주나 양산에 다녀와야 할 때는 나보다 함께 간 이주노동자들이 더 지치는 일도 있다. 하지만 난 기운을 잃지 않고 있고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주민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려달라

크게는 이주노동자들의 생활복지 지원과 노동인권상담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생활복지를 위해 일요일마다 치과, 내과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에서 24명이 무료진료에 참여하고 있고 내과에는 12명이 돌아가면서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치과 무료진료는 4년째고 내과는 3년째다. 치과, 내과 무료진료는 이주민센터에서 중요한 사업이다. 연간 1000명 넘게 진료를 본다. 치과 무료진료는 호응이 좋다. 치과 보철하려면 30만원이 넘는데 이곳에서 3만원에 해준다. 치과 무료진료는 한국사람보다 더 좋은 복지다. 오로지 외국인한테만 혜택을 준다. 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도 자원봉사를 하고 하고 있다.

교육사업으로 매주 한글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캄보디아 등 10명의 학생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조직사업으로는 이주민 공동체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이주민 공동체 리더들은 대부분 미등록 노동자들이다. 단속돼 자주 잡혀간다. 따라서 이주민 공동체 모임이 지속적이지 않고 단속적이다. 리더의 성향에 따라서 공동체 모임도 부침이 있다. 공동체 모임이 유지되는 곳은 몽골, 네팔, 우즈베키스탄 등이고 방글라데시아, 파키스탄은 와해됐다. 이주민센터에서는 이주공동체 모임과 활동에 자극을 주기 위해 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대사업으로는 상담단체 연석회의, 이주민 부경공대위, 민주노총 미비특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주민센터의 주요한 사업 중의 하나가 노동인권상담이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체류비자,사업장 변경 등이 주요한 내용이다.

한국노동자들처럼 이주노동자들도 동일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동3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사람들 조직하고 기회가 된다면 이주노조도 만들어야 한다. 센터의 한 축 사업으로 있다.

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

보증금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에서 내고 임대료, 사업비, 상근자 월급은 후원금을 통해 충당한다. 이주민센터 후원회원이 150여명 된다. 매달 CMS로 170만원 정도 들어온다.

부산이주민센터는 후원회원이 500명이다. 울산이 부산에 비해 관심이 적다. 울산의 조직 노동자들, 특히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해서 훨씬 관심이 적다. 부산이주민센터 후원회원에는 지하철노조를 비롯해서 노조들이 돌아가면서 후원을 한다. 울산은 후원회원에 노조가 없다. 단체는 치과의사회, 약사회, 갈보리교회 등이고 나머지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개인들이다. 

이주민센터 소식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매달 <이주민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연대>라는 제하의 소식지를 발행한다. 1면은 센터 자원봉사자들, 치과의사, 내과의사, 대구미래대 사회복지학과 졸업생들도 참여해 이주노동자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 2면은 이슈를 다룬다. 7월호에는 '이주노동자도 여기서 일하면 여기 노동자'란 제목으로 G20 정상회담을 이유로 미등록 체류자 집중단속 문제를 다뤘다. 3면은 한달 동안의 센터 활동을 소개하고 4면은 센터의 재정 현황을 다룬다.

소식지는 매달 48개 단체와 200여명의 개인들에게 발송된다.  최근에는 현대차를 비롯한 금속노조 사업장에 발송하고 대상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동인권상담을 하면서 본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은 어느 정도인가?

상담하러 오면 이주노동자 스스로 부딪힐 수도 있도록 시킨다. 한국의 현실을 느끼고 분노하고 뭔가 해야겠다는 자각에 이르게 하려면 '해주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임금체불 같은 경우 돈 받는 것도 중요한데,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설명을 해서 혼자 가도록 한다. 갔다 오면 '문제 없었느냐'고  묻고 필요한 것을 지적해준다. 이주노동자 스스로 부딪히고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자신의 경험을 동료들에게 알려주도록 하고 있다.

네팔공동체 리더 같은 경우 박애주의자다. 양남에 있는 양로원에 한달에 한 번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서 갖다주고 놀아주기도 하고, 내전 중인 네팔 본국에는 전쟁고아 10여명의 학비를 대준다. 그리고 노동인권 상담 과정에서 통역사 역할도 하고 있다. 예전에 만났던 네팔공산당 당원과는 달리 네팔공동체 리더는 '자신의 친구들이 무사히 돈 받고 끝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다. 한국에 일하러 오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3년 동안 버텨서 원하는만큼 저축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살아 남아야겠다'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생각이다. 사람들 자체는 너무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지만 노동자 권리의식은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운동이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이주민센터 활동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지금 혼자 센터 일을 하고 있고 센터 상근자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 센터의 제한적 활동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센터가 없어져야 한다. 이주노동자 스스로 노동부에 진정 넣고 자신들이 이주노조를 통해서 자신의 권리들을 쟁취한다면 센터가 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이주활동가들을 발굴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스스로 주체가 돼 동료들을 설득하고 조직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한국 노동자들이 뭐 하나 해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체적 권리를 스스로 자각시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 공장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빚 내서 한국에 오거나 자영업을 하다 온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노동법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 것들이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내가 노동자구나, 한국에는 노동법이 있구나, 이것은 나쁜 것이구나, 바꾸어야 한다는 자각까지 지난하다.

이주민센터에서는 다쳐서 오면 약을 주고 치료를 해준다. 젊은 사람들이 이빨이 썩어 빠지면 보철을 해준다. 이처럼 상처를 낫게 해줄 수 있지만 상처가 다시 안 나게끔 해주지는 못한다. 상처에 대한 사후처방전 같은 역할, 노동법이나 고용허가제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주는 것이다. 비인권 자체를 넘어서는 활동은 못하고 있다.

이주민센터 활동하면서 조직노동자 사이에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이주노동자들도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이웃으로 인정해주는 것, 운동적으로는 동지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운동은 노동자 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노동자 국제주의로 표현될 수 있고 단결과 연대로 표현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조직노동자들, 민주노총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가?

지난 울산인권연대 1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주 인권' 문제에 대해서 민주노총이 무관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때 민주노총울산본부 윤장혁 수석부본부장도 참석했었고 얼마 뒤 윤수석과 간담회를 했다. 자료를 만들어오라 해서 문서를 만들어가서 회의를 했다. "민주노총이 지역 내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며 궁극적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노동자들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동3권 보장,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조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기하면서 민주노총에게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정기적인 이주노동자 권리 찾기 캠페인(월 1회, 달천, 온산, 효문 공단 선전전)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건 발생 시 공동대응 △이주민센터 사업 후원(한국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가 함께 어울리는 여름캠프,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하는 권리학교 조직) △이주노동자 조직사업에 대한 관심 고취(이주노동자 활동가 발굴 노력, 이주민 공동체 리더 중심으로 민주노총이 노동조합 교육 진행, 향후 노조로 조직하기) △한국노동자들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연 2회 민주노총 조합원 대상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교육)

간담회를 통해 윤수석은 이주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울산지역 이주노동자 밀집지역(달천,효문, 온산 등) 진입로에 플랭카드를 걸기로 하고 비용은 반반씩 내기로 했다. 윤수석은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활발한 사업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역 노동자들에게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놀랍게도 한국인들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착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자들이 아니다. 치과의사고 약사고 내과의사다. 중산층 사람들이다. 얼마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의 산재를 도와 준 사람은 한국노총 간부였다. 중국 교포들 일이 발생하면 찾아와서 도움을 주는 분은 호계교회 집사다.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돕고 지원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발견된다.

울산 조직노동자들,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 문제에 냉담하고 관심이 너무 없다. 최근에서야 신규 후원회원 중에 현대차노조 활동가가 몇 명 있었다. 조직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 접촉할 기회가 있다면 와서 이주노동자의 친구도 돼주고 기숙사에 찾아가서 밥도 함께 먹고 또 자신이 사는 곳으로 이주노동자를 초대해서 한국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 '멘토(조언자, 상담자, 스승)'의 역할도 해주면 좋겠다.

이주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도 분리돼 있고 밖에 나와서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국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래서 한국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한국사람과 정상적인 의사소통 과정이 없다. 작업장에서는 '빨리 빨리, 그리고 욕' 밖에 아는 것이 없다. 한국에 온지 3년이나 됐는데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이주노동자도 있다. 한국사람과 일상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선진적 활동가라고 생각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의 1:1 멘토가 됐으면 좋겠다. 이주민센터에서 올 하반기에 이주노동자와 활동가들을 맺어주는 1:1 멘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멘토사업을 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이주활동가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만나서 권리의식들도 조언해주고 한다면 이주노동자들도 대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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