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노동운동 지도자 미수씨를 즉각 석방하라!

2010년 12월 14일 새벽 1시경,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자단결포럼(Garment Workers Unity Forum)의장인 미수(Moshrefa Mishu)씨가 방글라데시 당국에 의해 연행되었다. 미수씨의 증언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당국은 군정보기관이 중심이 되어 사찰활동을 해왔으며 체포 영장 없이 미수씨를 불법 연행하였다. 또한 천식을 앓고 있는 미수씨에게 필요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공을 거부하여 미수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방글라데시 당국은 20년 이상 방글라데시 섬유산업 노동자 조직 활동을 해온 미수씨의 활동을 추궁하면서 정부에 협조할 것을 회유하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명백한 방글라데시의 당국의 자의적 구금이자 미수씨의 생명을 위협하는 고문행위이며 방글라데시 노동운동에 대한 비이성적 탄압이다.

우리가 미수씨의 인권침해에 주목하는 것은 지난 12월 12일과 13일에 방글라데시 최대 의류업체인 한국의 영원무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대규모 시위사태와 미수씨의 인권침해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에도 보도된 것처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와 영원무역 공장이 소재한 치타공의 수출자유지대를 중심으로 수천명의 시위대가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방글라데시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동원한 과잉진압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4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의류수출산업이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하고 그 의류산업의 중심에 영원무역을 비롯한 한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에서 이 사태에 대한 한국 업체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우리는 방글라데시 당국에 엄중히 경고한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미수씨를 불법으로 구금하고 적절한 치료제공을 거부한 것은 매우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행동이며 국제인권조약위반행위로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는 행위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노동운동 지도자와 노동자들을 구금하고 탄압하는 구시대적 작태 역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결국 방글라데시 정부의 이러한 탄압은 자국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여 해외자본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비난과 자국 노동자의 인권은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하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경제자유구역 혹은 수출자유지대로 대변되는 이러한 반인권적 자본유치 경쟁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더욱 도탄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미수씨가 겪고 있는 고통이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함께 연대해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는 한국정부와 기업에 미수씨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저임금과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이유로 방글라데시에 대거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조성하고 있는 직접적인 당사자들이다. 영원무역은 자사 공장에서부터 발생한 대규모 시위사태에 대해 외부세력의 개입이라 주장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지만 영원무역이 치타공 수출자유지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영원무역이 왜 책임을 져야하는 지 명확해진다. 수출자유지대 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수출자유지대 당국이 임금협상과 채용 및 해고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득을 얻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그 이득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한국기업들이 방글라데시 정부의 인권침해를 통해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따라서 미수씨의 불법구금 및 고문에 한국기업들도 책임을 져야함은 분명하다.

한국정부 역시 저임금 및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유로 방글라데시에 대해 투자할 것을 한국 업체들에 홍보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국제노동기준에 무지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의무이행에 별관심이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규모 시위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한국기업들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한국정부에 요구되는 역할이다. 특히 미수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방글라데시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야 말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지표인 “성숙한 세계국가”인 한국정부가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우리 한국의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은 미수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강력히 요구하며 미수씨의 석방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정부의 탄압에 맞서 노동3권을 쟁취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이며 그 누구의 인권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2010년 1월 26일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공익변호사그룹공감, 다함께, 로넬차크마나니(줌마난민), 민주노동자연대,

사회진보연대, 사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인권연구소 창,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한국위원회,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오산다솜교회, 이주인권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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