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세계 이주민의 날에 즈음하여,반인권, 인종차별 강화하는 한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

 

 

 

 

 

 

 

 

일시: 20121213() 오전 11

장소: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변호사그룹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다함께, 대학생사람연대,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노동자의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진보신당, 천주교의정부교구이주센터엑소더스(경기동부), 천주교인권위원회, 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기자회견문>

2012 세계 이주민의 날에 즈음하여

반인권, 인종차별 강화하는 한국 정부 규탄한다

 

140만명의 이주민이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이주민의 보편적 권리를 담고 있는 ‘UN 이주노동자 권리협약UN총회를 통과한 날을 기념하는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 이주민들의 역동적이고 활기찬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세계 이주민의 날에, 이주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한국 정부를 규탄해야 하는 우리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노골화된 올 한해 동안 이주민들이 받은 고통은 형언할 수 없이 컸다.

 

1. 이주노동자들은 모든 노동자에게 주어진 권리인 노동3권이 부정되었고, 사업주의 고용의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보장하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고통받았다. 올해는 특히 고용노동부가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지침을 개정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더더욱 심화되었고, 그에 따라 이주노동자의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목숨과도 같은 체류권을 위협하고, 더욱 유순한 노동력으로 이주노동자를 길들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침해하였다. 더욱이 단기순환정책의 한계로 인해 일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98개월의 장기체류를 허용하였다고는 하나, 장기체류를 하는 노동자가 보장받아야 하는 가족동반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음에 따라 전대미문의 착취를 공식화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이주노동자는 흘린 땀의 가치와 노동의 권리를 아는 이 땅의 노동자,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노동자로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또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는 단기순환정책은 반인권과 차별의 시작이다. 경제 도구는 필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갈 사람은 싫다는 한국사회의 시선과 가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주노동자는 이미 이곳에 살고 있다. 이 사실을 부정하고, 한국사회 스스로의 필요와 정의도 부정하는 단기순환정책은 지금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2. 올 한해 이주여성들의 안타까운 죽음도 잇따랐다. 지난 37, 강원도 정선에서 살고 있던 베트남 이주여성은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72일에는 서울 강동구에서 중국계 이주여성이 평소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의 칼에 찔려 사망하였으며, 630일에는 중국계 이주여성이 남편의 폭행으로 4일 동안 뇌사 상태로 있다가 74일 사망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인 1123, 베트남 이주여성이 두 아이를 품에 안고 18층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이주여성들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정책이 마련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동의하에서만 체류기간이 연장되고, 영주권과 귀화 여부 또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은 한국인 배우자에 종속되어 살아가야만 하는 족쇄를 이주여성들에게 채우고 있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결혼을 통해 이주해온 여성은 그들 자신으로부터 나타나는 존엄함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3.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살인적인 단속과 처우는 올해도 어김없이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지난 3, 출입국관리사무소 동해출장소와 동해경찰서의 합동단속반이 동해시의 한 민박집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인근 모텔에 투숙하고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3명이 해안가 방향으로 도주하다가 그 중 한 명이 다음 날 숨진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단속되어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된 몽골 이주노동자가 알콜 중독으로 인한 심장통증을 호소했지만 보호소측은 간단한 약처방만을 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보호소 내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고인은 한국말로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보호소 직원은 조용히 하라며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1112일 부산출입국 직원 9명이 급습한 부산 기장군 소재 공장 기숙사에서 인도네시아 미등록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창문으로 달아나다 8미터 높이의 옹벽으로 추락하였다. 추락한 후 30여 분간 방치되어 있던 이 노동자는 의식불명 상태로 사경을 헤매다 결국 사망하고야 말았다. 실적만을 쫓아 자행되는 정부의 야만적인 인간사냥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광란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올 한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찍기에 골몰했다. 정부는 자신들이 부여한 낙인에 근거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인간사냥식 단속을 집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의 반인권적, 불법적 행위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자행되고 있는 인간사냥식 단속추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4. 우리는 체류자격 소지여부를 떠나 이주아동의 교육권과 건강권, 체류권에 대한 차별적이고 불리한 조치들은 그 자체로 위법적 조항이며 즉시 폐지되고 수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이러한 정당한 호소가 어떻게 무시되고 묵살되고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지난 105,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의 김00이라는 몽골인 청소년이 미등록이라는 사실 때문에 강제추방 당했다. 이 소년은 한국인 청소년들과 몽골 청소년들 간의 다툼 때문에 통역도움을 주기 위한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동행하였다가 경찰에 의해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서울출입국에 인계되었으며, 연행된 지 불과 4일째인 105일에 추방되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법무부는 미성년자인 아동을 부모나 부모에게서 위임을 받은 보호자에게 신병을 인계하지도 않았고, 소년은 보호자와의 면회나 통신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성보호소로 이송한 이후에는 만 17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성인들과 한 방에 억류하였고, 소년을 추방할 때에도 성인 추방대상자들과 함께 손에 수갑을 채워 추방하였다. 소년은 화성보호소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식사도 제대로 못했고, 추방 당일에는 행동은 제한되고 물과 음식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추방당하여야 했다. 이러한 이주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에도 정부는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을 뿐이다.

 

5. 정부는 또한 난민인정자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였으나 첫 번째 난민인정은 2001년에야 이루어졌으며, 20124월 기준으로 281명이 난민으로 인정되었다. 게다가 문제는 난민심사를 재량에 따른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왔다는 점이며,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체류기간을 연장받기 위한 방편으로 난민신청을 하고 있다는 편견이 결합되어 제대로 된 비호를 받지 못하는 난민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8월경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심사 탈락자인 미얀마 소수민족 여성의 주소지로 단속을 나와 두 부부와 두 살배기 딸아이를 연행하여 강제출국 시키려 한 바가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난민신청을 한 후 인터뷰를 하러 국적과를 찾아간 이란 국적의 난민신청자는 인터뷰자리에서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연행되어 보호소에 수감되었다. 이처럼 정부는 인도적 사유로 인해 난민신청을 한 이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20137월부로 독립적인 난민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러한 현재의 문제가 지속된다면 난민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난민들의 상황과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6. 또한 정부는 현재 영주자격 전치주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영주자격 전치주의는 이주민의 귀화 신청을 하기 전에 그 전단계로 반드시 영주자격을 취득하고 일정 기간 한국에 거주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 외국인의 경우 5년의 거주기간 중 3년 이상을, 결혼이민자의 경우 3년 거주기간 중 1년 이상을 영주자격으로 거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난민은 영주자격 대상자격과 귀화신청대상에서 전면 배제되어 있다. 만일 이것의 시행이 현실화된다면 결혼이주 여성의 법적 지위는 더욱 불안해질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난민은 오랜 기간 한국에 체류하더라도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받을 수 없도록 될 것이다. 영주자격 전치주의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7. 더욱이 문제인 점은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시행되는 정부의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내용이다. 이주민의 인권보장과 관련된 내용은 차별금지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외한다면 기초적인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만이 담겨져 있을 뿐이고, 대신하여 경제적 이득을 위한 외국관광객, 전문인력, 유학생 유치 등에 비중이 몰려 있다. 반면에 결혼이민자에 대한 통합을 강화하겠다며 영주자격전치주의, 이민귀화적격시험 등을 도입하여 한국사회 구성원의 자격을 까다롭게 요구하고, 미등록체류자에 대해서는 단속예고제를 도입하여 집중단속을 전개하는 한편, 광역단속시스템 및 기동단속팀 운영, 미등록체류자 은신 사업장에 대한 출입국공무원의 출입조사권을 법제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도 내용적으로 모자란 말 그대로 반인권과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차별과 배제, 관리와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는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은 그 기초부터 뜯어고치거나 당장 폐기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는 반인권,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2012년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아 이주민 인권의 의미에 대해 한국사회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대하여 줄 것을 촉구한다.

 

20121213

2012 세계 이주민의 날에 즈음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난민의 편지-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배려를 주는 대한민국이 되리라

 

저는 2004년도에 난민신청을 했고 2009년도에 한국정부로서 난민인정 거부당했습니다. 제가 버마로 귀국할 경우 박해를 당할 수 있다는 활동 자료 300개 이상을 가져 법무부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해서 2011년도에 대법원을 통해 난민자격을 받았습니다.

난민신청자로 단기 거주비자를 받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을 못 받고 7년이라는 긴 세월을 유령인간으로 살았습니다. 신청기간동안 합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는 저에게 취업을 못하게 하고 저의 생계문제에 대해도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서 한국의 보호를 요청하는 저와 같은 난민들은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통제 속에서 또 하나의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 살아 왔습니다.

2009년도에 난민지위 대신 인도적 지위를 받았을 때도 한국 내 거주를 할 수 있지만 일은 못한다는 난민과 직원이 전하는 소식을 받았을 때 아니 이게 남의 생명을 보호하는 한국의 태도인가하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요즘은 난민에 대한 긍정적인 법안들이 개정 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난민들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죠. 난민들은

이제는 한국정부가 난민을 인간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네,

이제 우리를 인간으로 인정하려는 한국정부의 마음을 잘 보일 수 있겠군.” 이라는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젊고 3D 업종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난민들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나이가 많은, 아이를 가진 난민가족들은 정말 살기 힘든 상황인데, 이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아예 없습니다.

신장이식으로 몇 년간 일을 못하고 주변 동료들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버마난민 민주화운동가의 말이 떠오르네요.

그분은

일 년에 한 번씩 적십자에서 가져다준 라면 한 박스만 없다면 나를 힘내라고 위로 해준 게 없네.” 라고 자신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무지원을 씁쓸하게 평가 하셨습니다.

아이를 낳고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정부에서 아무 관심과 연락이 없는 난민가족의 아버지도 우리는 어떻게든 열심히 살겠지만 우리아이에게만은 한국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하셨습니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무관심속에서 살아 왔지만 현행법에는 난민들이 영주권, 또는 귀화를 신청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적법이 개정되면 난민들은 계속 불안한 체류자격으로 거주하게 되고 더욱더 한국사회의 구성원과 멀리 떨어지게 됩니다.

새로운 법개정은 지금은 차별과 배제 속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에게 한국이 따뜻한 손을 내밀 것이라고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난민들의 희망찬 마음에 상처를 줄 것입니다.

우리난민들은 언제까지 한국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내 거주하는 동안은 한국이 인간대접을 해주기를 원합니다. 사회약자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것이 한국에게 손해가 아니라 한국이 그토록 원하고 있는 국가적으로 존중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국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소수자가 자신의 꿈을 실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며, 진정한 다문화 사회입니다.”

소모뚜(정치적 난민)

버마행동 한국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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