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8 16:39
카테고리 : 별에게 말걸기


식민지 조선에서 열세살 어린 소녀 강제로 끌고 와 
이웃나라 소녀 겁탈하는 무기 만들어 살 찐 나라 
너희들은 '태양의 나라'라 한다지 

스스로 기어들어와 개미처럼 개처럼 시든 꽃처럼 일하는 
만국 노동자들을 너희들은 '불법 취로 외국인'이란다지 

공부로 출세하고 싶은 식민지 아이들 속여 
학교 대신 공장에 가둬두고 
밥 대신 뺨을 치며 여린 몸뚱아리 수탈하던 
너희들은 이 별에서 가장 잔인한 불법 체류자 

집중 단속 받아야할 자들은 바로 너희 
가짜 천황을 애비로 둔 
약탈한 살덩이로 기생하는 너희 태양의 자식들 


*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 가서 공부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 공장으로 끌려갔다. 그때 할머니 나이 열세살. 책보다 엄마 젖가슴을 더 찾았을 어린 나이였다. 강제로 속아 끌려간 미쓰비시 공장에서 할머니는 밥보다 더 많은 뺨을 맞았고, "조선인들은 사람이 아닌 개다"라는 능욕을 수없이 당했다. 

일본 패망까지 20개월이 넘도록 할머니는 군용 비행기를 만드는 미쓰비시 공장에서 일했다. 그나마 영특하다고 일본인 작업반장은 할머니를 '특별히' 전투기 날개에 페인트 칠하는 일을 맡겼다. 양금덕 할머니가 받은 유일한 '대우'였다. 서류상 할머니는 미쓰비시 공장노동자였지만 임금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일본이 패망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잊고살았다. 돌아온 조국 조선땅에선 '정신대' 다녀왔다며 모두가 손가락질했다. 잘못이라곤 속아 끌려가 온갖 수모당하며 열심히 일하고 살아남은 죄밖에 없는 조선의 소녀. 그는 조국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처녀가 되었고, 어미가 되었고, 할머니가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국 대한민국에선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그런데 1986년 어느 일본인이 할머니를 찾아왔다. 강제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수소문하고 한다는 일본인. 연이 닿은 그 일본인 덕분에 할머니는 43년만에 통한이 서린 나고야 미쓰비시 공장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근로정신대로 조선 어린 소녀들을 강제동원한 일본 정부아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이다. 

재판은 결국 할머니의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할머니를 찾아내 소송을 도왔던 나고야 시민들은 2년 넘도록 도쿄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금요시위'를 했다. 다른 일본인들이 말했다. "재판에서 졌으면 다 끝난 것 아니냐"고. 나고야 시민들은 말했다. "일본 재판부의 판결은 끝났지만 역사의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들은 할머니가 당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손가락질 받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왕복 720km. 그들은 매주 개인당 차비 30만원을 들여가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금요시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월 24일 미쓰비시 주주총회에서 나고야 시민들은 "근로정신대를 강제동원한 적이 있었고,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문제해결을 위해 협의할 수 있다"는 미쓰비시 최고위 간부의 답을 이끌어냈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문제를 일본사회에 제기한지 20년만에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할머니도, 나고야 시민들도 모두 울었다. 

나이 여든이 넘은 양금덕 할머니가 현장을 취재하고 있던 기자에게 붉어진 눈을 하고 말했다. 
"이 기자, 이제 만세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와서 고생 많았제? 욕봤네." 
"................" 

그리고 기차를 타기 위해 시나가와역으로 갔다. 출퇴근시간이면 도쿄에서 두 번째로 붐빈다는 시나가와역.(실제로 그랬다, 미쓰비시 주주총회가 열리던 날 출근 시간을 맞춰 시나가와역에서 나고야 시민들이 선전활동을 하며 이동했는데 홍수처럼 쏟아지는 출근 인파로 난 정신을 잃어버릴 뻔했다.) 정오가 지나서 조금은 한산해진 시나가와역사에 플래카드가 내걸려있었다. 내용은 '불법 취로외국인 대책 주간'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내가 '불법 체류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욕이 터져나왔다. 
"너희들이야말로 이 별에서 가장 질 나쁜 불법 체류자야!!" 


원문 : http://blog.ohmynews.com/clubnip/166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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