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없다면 공장·농장 올스톱… 외국인근로자 90만명 시대

 
 
3D 종사하며 ‘일자리 미스매치’ 메워


힘들고 급여도 적은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취업자)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는 90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법체류자까지 감안하면 100만명 시대가 열렸다는 진단도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한국 사회·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특히 산업 생태계의 밑바닥을 지탱하는 ‘밀알’ 역할을 한다. 3명 중 1명이 건설업, 도소매·음식·숙박업, 농림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청년층이 이른바 ‘힘쓰는 일’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은 외국인 근로자 증가세에 힘을 싣는다. 전체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만 15~39세는 5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젊은 저임금·저숙련 종사자를 국내에서 찾지 못하는 ‘미스매치’를 메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포용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에 91일 이상 체류한 외국인 취업자 수는 88만4300명에 이른다. 2017년(5월 기준으로 83만4200명)보다 5만100명 늘었다. 201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다. 주춤했던 증가세는 최근 들어 속도가 붙고 있다. 외국인 취업자 수는 80만명을 넘어선 2015년 이후 3.2% 증가율에 그치거나 아예 0.1% 감소하기도 했었다.

업종별로 보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을 제외하고 모든 업종에서 전년 대비 외국인 취업자 수가 늘었다. 눈에 띄는 분야는 도소매·음식·숙박업(16만3200명), 건설업(11만700명), 농림어업(4만9500명)과 같은 ‘힘든’ 일자리다. 3개 업종의 종사자는 32만34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36.6%를 차지한다. 3개 업종의 취업자는 전년(29만3300명)보다 3만100명(10.3%) 증가하면서 전체 외국인 취업자 수를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을 했다. 지난해 국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정체했던 것과 달리 특정 분야의 외국인 취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고 힘든 ‘질 낮은 일자리’를 찾지 않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79.4%는 근로자 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한다. 저임금자 비중도 높다. 월 200만원 미만을 버는 외국인 취업자 비중은 39.4%를 차지한다. 힘들고 급여가 적지만 젊은 인력 수요에 허덕이는 업종이 외국인이라는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연령대가 낮은 근로자를 구하기 쉽다는 점도 힘쓸 일이 많은 업종에서 외국인을 반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전체 외국인 취업자 중 15~39세는 50만3200명(56.9%)에 이른다. 이를 두고 정부가 일자리 미스매치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해 시장이 자구책을 찾은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외국인 근로자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일본도 청년층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고급 인력을 데려오고 저숙련 근로자를 최소화하면서 균형을 찾는 노력은 필요한데, 이번 정부 들어서는 관련 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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